공복철
해병대1사단 공원경 해병 상병 아버지
1월 22일 자에 실린 공원경 해병 상병의 ‘아버지께 부치는 특별한 편지’를 읽고 보내온 글입니다.
네가 해병대에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어떻게 육군·해군·공군도 아닌 훈련이 힘들고 무섭기로 유명한 해병대란 말인가!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만 마치면 될 것이지 굳이 해병대에 지원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몇 달 동안 말렸었지.
하지만 네 뜻대로 해병대에 입대한 후 지인마다 해병대에 지원한 아들을 칭찬하는 걸 듣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 좋게 생각하는데 나만 부정적이었을까? 아버지라는 정 때문에 생각이 흐려진 것은 아닌가, 좀 더 큰 차원에서 생각하게 됐고 원경이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를 계속 생각하다 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약하고 참을성 없고 끈기가 부족한 단점을 군대생활을 통해 고쳐보자는 각오로 해병대에 지원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혹독한 훈련과 시련을 통해 새로운 남자로 태어나고 싶은 대단한 각오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때마침 TV 프로그램을 통해 해병의 생활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지금은 상병으로서 병영생활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잘 지내는 듯해 아버지도 아주 편안하고 기쁜 마음으로 원경이의 군대생활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자격증도 여럿 따고 도서관에서 책도 마음껏 읽고 마음먹으면 원하는 공부도 할 수 있다니 우리나라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 말을 실감할 수 있구나.
또 독서를 많이 하면 상을 주고 자격증을 많이 딴 병사는 포상한다니 이렇게까지 병사들에게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있는지는 몰랐구나. 국방부에서 이런 부분을 정책적으로 더욱 뒷받침한다면 대한민국 군대문화가 긍정적으로 바뀌어 나가리라 생각한다. 군대에 자식을 맡긴 부모 마음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원경아! 선임과 후임 모두 조화로운 병영생활을 통해 사랑과 우정이 넘치는, 즐겁고 유익하고 그러면서도 군인으로서의 기강이 바로 선 성숙한 병영생활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부디 훌륭한 군 생활로 몸에 장애가 있어 군대에 가지 못한 내가 대한민국에 진 빚의 일부라도 원경이를 통해 보답할 수 있다면 아버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럽겠구나.
매일 매 순간 깨어있는 하루하루가 되길 바라면서…겨울비 내리는 부산에서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