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우영 대령·해군사관학교 공학처장 |
최근 연평도 포격도발 시 전투에 참가했던 해병대원들의 생생한 기록이 담긴 수기가 공개됐다. 이 하나하나엔 당시 긴박했던 상황 속에서도 한마음으로 굳게 뭉쳤던 병사들의 전우애와 군인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포탄 파편에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맞고만 당할 수 없어 북한을 향해 필사적으로 사격을 가했다”는 말을 생각하면 전쟁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영화가 아니라 우리 병사들이 주인공인 실제 상황이었다. 또 다른 병사는 “부상병의 환부를 찾아 군화를 벗겨 보니 담겨 있던 피가 쏟아졌고, 얼굴에 파편을 맞아 입술 주위가 다 찢긴 환자도 있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갑자기 쏟아지는 포격 속에서 철모에 불이 붙었는지, 고막이 터졌는지도 의식하지 못한 채 하나로 똘똘 뭉쳐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한 우리의 신세대 젊은 해병대원들이었다.
이처럼 우리의 젊은 해병대원들이 포화 속에서도 당당히 맞섰던 반면, 북한의 포병들은 우리의 반격에 부상한 동료를 남겨 두고 도망쳤다고 한다.
군 전투력을 병력·무기체계 등의 유형요소와 정신전력·사기 등의 무형 요소의 곱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곱하기의 경우 두 숫자 중에 하나가 영(Zero)이면 한 숫자가 아무리 커도 그 결과는 영이 된다.
이렇듯 군의 정신전력이 영이라면 아무리 좋은 무기체계를 가졌다 해도 전투력은 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젊은 해병대원들이 보여준 정신전력은 북한의 포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신세대 병사들은 정보화 환경에 익숙한 세대로서 정보화 매체를 통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하며 무엇보다도 합리적인가를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세대다. 기성세대가 전통적인 관점에서 맹목적이며 무조건적인 충성과 희생만을 기준으로 이들의 정신자세를 평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합리성을 우선 판단하는 신세대 해병대원들에게 이번 북한의 포격도발은 불법적, 비윤리적, 비합리적이었다. 이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포연 탄우 속에서 13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생사를 돌보지 않고 즉각적인 대응 사격을 가능하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부상 전우를 남겨 두고 도망친 북한 포병의 전투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전투력을 지닌 용맹스러운 대한민국 해병대원이었으며 자랑스러운 대한의 군인이었다.
국방일보 / 2011.01.06 hi2hong@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