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다. 영토·종교·인종 등 문제로 기록될 만한 지구촌 전쟁의 희생자만 36억4000명에 이른다는 연구물도 있다. 전쟁의 역사는 군대 역사이기도 한데 시대마다 막강 군대가 존재해 왔다. 지중해를 석권한 로마제국군, 유라시아 대륙을 휩쓴 칭기즈칸의 몽골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건설한 대영제국 해군 등이다. 현대는 뭐니뭐니해도 미군이 육·해·공에서 세계를 호령한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의 군사력도 만만치 않다. 미국 군사력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가 매년 내놓는 각국 순
이런 우리나라에서 최강 군대를 논하는 데 해병대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해병대는 1949년 380명의 엘리트 병력으로 탄생, 올해로 창설 68주년을 맞는다. 자부심인 '필승 DNA' 신화는 6·25전쟁 때부터 이어져 왔다. 통영·경인·도솔산지구 등 7대 작전에서의 혁혁한 전공은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명성을 낳게 했다. '청룡부대'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에 파병돼 거둔 전과도 눈부시다. 1개 중대가 월맹군 2개 연대를 격퇴한 짜빈동 전투가 대표적. 외신들이 '신화를 남긴 해병대'라며 전 세계로 타진했을 정도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는 특유의 전우애로 뭉친 해병대가 최근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미 트럼프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때문. 45년간 미 해병대에 근무하고 2013년 퇴역한 4성 장군 출신이다. "나는 해병대와 결혼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고 한다. 실제 평생 독신으로 살아 '수도승 장군'이란 별명도 가진 매티스가 "한국 해병대 정 하사를 만나고 싶다"며 한민구 국장부 장관한테 찾아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더욱 화제다.
매티스 장관은 1970년 초반 한미 연합훈련 때 한국에 왔었는데 당시 정씨 성을 가진 하사가 추운 날씨에도 김치를 가져다주는 등 도움을 안겼다고. 그뿐만 아니라 정 하사가 군 생활에 영감을 줘 현재의 자신을 있게 했다는 게 매티스의 감회다. 해병대 전우회를 중심으로 때아닌 정 하사 수소문에 나섰는데 65~75세로 추산된다고. 참으로 알 수 없는 게 인연이다. 사람 관계는 돌고 도는 것이니 첫 만남부터 잘 맺어야 할 터. 정 하사가 던지는 훈훈한 교훈이다.
변영상 수석논설위원 bys@kookje.co.kr
기사출처 : 국제신문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70206.22030192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