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jpg

이 재 민 일병 해병대군수단



소대 전술훈련 1주일 전. 나는 혹독했던 해병대 신병 훈련의 악몽을 다시 겪는다는 악몽에 시달렸다. 해병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신병 교육 7주.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극기주 기간 때 감기몸살로 결국 해병이 되는 의식인 천자봉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남들보다 체력이나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무에서 첫 훈련인 소대 전술훈련은 나를 바꾸는 계기이자 천자봉 훈련을 하지 못한 ‘한’을 풀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수송부대지만 해병대는 병과별 주특기를 말하기 전에 소총수 임무부터 숙달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소대 전술훈련은 장애물 극복 훈련, 시가지 훈련, 3지대 방어 훈련, 행군 훈련 등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난 수송병에 지원했는데 왜 이런 훈련을 받아야 할까?’라는 생각과 훈련의 강도에 대해 걱정했지만 ‘이것부터 포기한다면 남은 훈련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라며 생각을 고쳐먹고 하나하나 훈련을 헤쳐나갔다.

그러던 중 고비가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마지막 훈련인 행군이었다. 소대원 중 가장 막내인 나는 선임들보다 체구도 작고 완전무장과는 친숙하지 않았다. 아직 해병이 덜 된 것이다. 소대장의 ‘출발’ 구령을 시작으로 첫걸음을 뗐을 때 어깨를 짓누르는 완전무장의 무게와 그동안 쌓인 훈련의 피로가 느껴졌다. ‘이 훈련만 마치면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소대장의 등만 바라보고 나아갔다. 무척 경사진 언덕과 수많은 계단으로 체력이 다 떨어졌을 때 내 심금을 울린 한마디가 있었다. ‘힘든 것은 참아라. 그러나 아픈 것은 참지 마라.’ 선임병이 내게 해준 말이 가슴에 와 닿아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이겨내고 싶었다. 결국, 행군 대열의 선두로 부대에 복귀해 다른 부대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정말 뿌듯했다. 처음 부대에 배치받고서 군 생활을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 훈련을 통해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전우를 형제,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이라는 해병대만의 DNA가 내 몸속에 퍼지는 순간이었다.

신병 훈련 때의 내가 미완성 해병이었다면 이번 훈련을 계기로 나는 드디어 진짜 해병이 됐다.



  1. 내게 많은 것을 준 해병대

    이재민 일병 해병대 군수단 수송대대 “위잉~위잉~에옹에옹~.” 2017년 5월 16일 08시10분, 호송차 사이렌이 중대 장거리 수송훈련 시작을 알렸다. 평소 운전에 자신이 없던 나는 이번 중대 장거리 수송훈련의 주된 임...
    Date2017.06.25 Views892
    Read More
  2. 첫 대민지원

    류지민 상병 해병대 교육훈련단 우리 소대는 아침 과업정렬 시간에 놀라운 과업을 지시받았다. 오후에 대민지원을 나간다는 것이다. 개인 신변 정리시간에 뉴스나 국방일보를 보면 많은 부대가 대민지원을 나가 국민...
    Date2017.04.09 Views789
    Read More
  3. 故 장시영 회장님을 추모하며 - 정수현. 해병대전우회 제주도연합회 자문위원

    얼마 전 故 장시영 회장의 부고를 받고 인생무상을 느꼈다. 그분은 여러 분야에 헌신하셨지만 해병대에 대한 기여가 남달랐다. 장 회장은 제주도립병원 산부인과 과장을 역임하다 부산에서 의원을 개업하는 중 6·25전...
    Date2017.03.11 Views944
    Read More
  4. 군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유 동 선 상병 해병대사령부 근무지원단 나는 부대의 영내·외 화재에 대한 소방임무를 수행하는 소방반 대원이다. 부푼 기대와 각오로 해병대에 입대했지만, 전역 후 뚜렷한 진로를 정하지 못해 최근까지 고민이 많았...
    Date2017.03.03 Views732
    Read More
  5. 해병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재 민 일병 해병대군수단 소대 전술훈련 1주일 전. 나는 혹독했던 해병대 신병 훈련의 악몽을 다시 겪는다는 악몽에 시달렸다. 해병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신병 교육 7주.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극기주 기...
    Date2017.02.27 Views1582
    Read More
  6. [도청도설] 해병대 정 하사 - 국제신문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다. 영토·종교·인종 등 문제로 기록될 만한 지구촌 전쟁의 희생자만 36억4000명에 이른다는 연구물도 있다. 전쟁의 역사는 군대 역사이기도 한데 시대마다 막강 군대가 존재해 왔다. 지...
    Date2017.02.06 Views714
    Read More
  7. 5분전투대기 소대장을 마치고

    박지혜 중위(진) 해병대2사단 2016년 6월 사관후보생 120기로 임관, 10월에 보병 초군반 157기 과정까지 모두 마치고, 11월 중순 해병대2사단 소대장 직책을 맡게 됐다. 이제는 소대장 후보생이 아닌 현실의 소대장이...
    Date2017.01.15 Views1583
    Read More
  8. [권영일 종교와 삶] 내 인생의 화양연화

    권영일 대위·법사 해군 재경대대 신앙전력담당 “위국헌신! 우리는 하나! 해병! 해병!” 해병대교육단에서 주말 종교활동의 시작과 동시에 훈련병들과 북을 치면서 외치던 구호다. 지금도 연말이 되고 첫눈 오는 날이면...
    Date2017.01.13 Views697
    Read More
  9. 해병대, 연평도 대응작전은 군사교과서이자 감동 드라마 - 문현철

    문현철 초당대 군사학과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의 일원으로 며칠 전 헬기를 타고 연평도에 다녀왔다. 지난해에는 민방위정책자문위원으로 백령도에 다녀온 바 있다. 이번 연평도 방문을 통해 국가위기관리법을 연구하...
    Date2017.01.09 Views652
    Read More
  10. 해병대 DNA를 회복하자

    조순근 해병대령 해병대사령부 감찰실장 해병대에는 과거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해병대만의 고유한 가치와 정신, 태도가 있다. 이런 무형요소들은 해병들에게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현되면서 DNA처럼 해병대만의 ...
    Date2016.08.13 Views1754
    Read More
  11. 서측 도서방어’ 임무 수행

    김 형 일 상병 해병대2사단 3월 말, 말도에 투입됐다가 지난달 중순 대대로 복귀했다. 말도는 생각보다 날씨 변덕이 심했다. 공수교육으로 교대 하루 전에 배가 못 뜰 정도로 비바람이 불다가도 다음 날 아침에는 언...
    Date2016.08.01 Views642
    Read More
  12. No Image

    해병 월남전에 가다 제1진 참전수기

    해병 월남전에 가다 제1진 참전수기 최우식(해간 33기) -제2대대 6중대 1소대장- 1. 출발에 앞서 월남 파병부대로 포항 제1사단 제2연대가 결정된 후 1965년 8월에 접어들면서 월남전을 대비한 훈련은 연일 계속 되었...
    Date2016.06.27 Views3469
    Read More
  13. 동계훈련의 목적

    이해승 (예)해병준장 동계훈련의 목적은 혹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해병대 수색대대장 시절 해마다 겨울이면 강원도 산악지역으로 훈련을 갔다. 훈련장에 도착하면 ...
    Date2016.02.28 Views1213
    Read More
  14. 해병이 된 자랑스러운 아들에게

    공복철 해병대1사단 공원경 해병 상병 아버지 1월 22일 자에 실린 공원경 해병 상병의 ‘아버지께 부치는 특별한 편지’를 읽고 보내온 글입니다. 네가 해병대에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어떻게 육...
    Date2016.02.03 Views854
    Read More
  15. 해병대 명예를 잇는다는 것

    권 혁 진 상병 해병대군수지원단 본부대 "군인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군인은 언제나 명예로워야 한다." 이 말은 해병대 창설을 역설한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께서 남긴 말씀이다. 늘 우리가 경례구호로 외...
    Date2016.01.11 Views75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7 Next
/ 3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