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민 상병
해병대 교육훈련단
우리 소대는 아침 과업정렬 시간에 놀라운 과업을 지시받았다. 오후에 대민지원을 나간다는 것이다. 개인 신변 정리시간에 뉴스나 국방일보를 보면 많은 부대가 대민지원을 나가 국민에게 도움 주는 것을 보면서 대민지원은 군대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배우면서 자신을 한 걸음 더 성장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회가 되면 꼭 대민지원에 나가서 어려움에 부닥친 국민을 도와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부대 특성상 교육훈련에 집중해 정예해병 육성에 앞장서다 보니, 내 군 생활에 대민지원은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나와 분대원들은 수요일 오후가 원래 전투체육 시간이란 것도 잊은 채, 빨리 대민지원을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오후 과업시간이 되기 5분 전, 지시받은 복장으로 갈아입고 우리는 대민지원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인솔자가 대민지원 간 안전수칙에 관해 교육하고 우리가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잠시 설명해 주었다.
우리의 임무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포항에 있는 형산강 정화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세계 물의 날’. 고등학교 시절에 들은 기억이 있었다. 계속되는 물의 오염과 물 부족 때문에 유엔에서 지정한 날로 알고 있다. 물의 날에 관해 회상하는 동안 형산강 변에 도착했다.
많은 포항시민과 해군6항공전단 장병들이 나와서 정화활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로서 물의 오염을 방지하고 필요 이상의 물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라는 관계자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왜냐하면, 부대에서도 나는 샤워나 세면 중에 필요 이상으로 물을 쓰는 예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라도 물 사용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하고 정화활동을 시작했다.
형산강 정화활동은 그렇게 힘들진 않았지만, 강에 쓰레기가 그토록 많을지는 몰랐다. 1시간 반 동안 정화활동을 한 뒤 쓰레기봉투와 장비를 반납하는데, 포항시민 여러분이 “감사합니다. 군인 아저씨”라고 말해주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해병대에 지원한 것이 항상 자랑스러웠지만, 그날은 더욱 자랑스러웠다.
부대로 복귀한 후 분대원들이랑 생활반에서 오늘 정화활동은 뭔가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하고 오늘부터 물을 아껴 쓰자고 결론을 내린 뒤 일과를 마감했다. 빡빡한 교육훈련 일정 속에서도 시간이 될 때 대민지원을 나간다면 부대원들이 많은 경험을 하고 해병의 긍지를 높이며, 과업 간에 쌓인 스트레스도 해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전파될 것으로 확신한다.<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