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상 진 소위 해병대2사단
한밤중에 빛을 내며 우리를 안전하게 인도하는 달빛을 보면, 편안하고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밤하늘의 빛나는 달을 보면서 달의 뒤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빛을 내어주는 달의 뒤편. 오늘은 마치 달의 뒤편과 같은 해병대 교동부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해병대 정훈장교로 임관하던 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해병대2사단 교동부대로 전방 체험 근무를 수행하러 갔다.
나의 첫 임무는 사격통제훈련 참관. 캄캄한 훈련장에는 하늘에서 밝게 빛을 내는 달과 월광에 비친 비장한 부대원들의 모습이 전부였다. 정밀한 통제와 철저한 안전검사 후 부대장님의 교육과 시범을 시작으로 사격훈련이 시작됐다. 책임이 크고 직책이 높다고 해서 뒷짐 지고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이 큰 만큼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렇게 사격훈련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처음에는 매점 하나 없고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밤낮,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 때문에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정말로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 시선은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됐다.
새벽녘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며,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원들의 모습을 보았고, 지쳐 있는 부대원에게 힘내라는 말과 농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정작장교님, 항상 부대원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고생하는 부대원의 편의를 보장해 주면서도 완전작전의 수행방법을 모색하시는 교동부대 부대장님의 모습을 보게 됐다. 내가 본 것은 마치 빛나는 달의 모습처럼, 완벽한 전투준비태세와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해병대의 모습이었다.
충성스러운 해병대의 모습과 호국정신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체험 근무를 통해 선배 해병들이 닦아놓은 길과 호국정신으로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 선배님들이 힘들게 만들어 놓은 길이 부끄럽지 않게 걸어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내가 걸어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뒤따라오는 후배 해병들이 바라보는 길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걸음 하나하나가 해병 길의 한 모습이 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 번쯤은 달의 뒤편과 같은 곳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해병대를 비롯한 국군의 충성을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