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아 중위(진)가 중대전술훈련의 일환인 4박5일간의 130km 완전군장 행군에서 선두에 서서 소대원들을 이끌고 있다. <사진 부대 제공>
내 꿈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군인이었다. 그런 내가 해병대 ROTC 장교를 지원한 이유는 해병대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강인한 정신적 유대감 속에 사람의 미래 가치성을 보는 해병대의 모습은 내가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군의 모습이었다. 10여 년 동안 한가지 목표를 바라본 나는 해병대 ROTC 여군 1기(학군 62기)로 합격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리고 2년 4개월의 후보생 생활 동안 해병대 장교가 되기 위해 피나는 담금질을 했다.
올봄 해병대 보병 장교로 임관한 나는 지난 8월 4일, 해병대2사단 예하 ○○대대 소속 소대장으로 첫 보직을 부여받았다. 신임 소대장으로 임관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지상 협동 훈련에 참여, 적 고속침투 상황에 대비한 차단작전 임무를 수행했다. 이어 한 달 뒤에는 김포와 강화도 지역 일대에서 실시하는 9박10일 장정의 중대전술훈련을 펼쳤다.
처음 훈련 일정을 들었을 때 ‘전입 한 달도 안 된 내가 소대 병력을 이끌고, 시가지전투와 소부대공방전, 장애물 극복 훈련, 130㎞ 행군을 해낼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인접 부대 선배들에게 조언을 받고 싶어도 최근 전례 없던 장기간의 중대전술훈련이었기에 스스로 갖추고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훈련에서 대원들은 내게 ‘본보기’ 그 자체였다. 마일즈 장비를 착용한 채 전개한 시가지 전투에서는 좁은 전장에서 서로를 위해 과감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전우애를 느꼈으며, 소부대 공방전술훈련은 걸어서 올라가기 힘든 고지를 마치 귀신과 같이 달려 올라가 적을 소탕하니 자신감이 절로 생겼다.
또 야간 시계가 제한되는 악조건하에 마치 자신의 집 앞마당처럼 움직이는 해병들의 모습이 믿음직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통해 소부대 지휘자로서 책임감과 해병대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훈련 6일 차부터 시작된 4박5일간의 130㎞ 행군은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나를 믿고 따라오는 소대원들의 모습을 보며 이겨낼 수 있었고, 부대 복귀 후 소대원들이 “제가 포기하고 싶을 때 소대장님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걷는 모습을 보고 모두 열외하지 않고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을 때는 그동안 힘들었던 모든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
이번 9박10일 중대전술훈련은 청룡부대 소대장으로서 갖춰야 할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함양할 수 있었던 내 인생의 소중한 전환점이 됐다. 앞으로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고 ‘충성, 명예, 도전’의 해병대 핵심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창끝부대 소대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