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근 대령 해병대1사단 행정부사단장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금방 풀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심했던 일이 결실을 보려면 지속해서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작심삼일은 사람뿐만 아니라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공통된 가치와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만든다. 조직 구성원들은 조직의 가치와 꿈을 이루는 데 방향성을 두고 행동양식을 만들어 간다. 그것이 바로 조직문화다. 그런데 최초에 조직이 무엇을 목표로 했는지조차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다. 마치 작심삼일처럼 말이다. 그래서 조직이 최초의 방향성을 잊지 않고 올바른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초심을 상기시키는 혁신운동이 필요하다.
지금 해병대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는 ‘참해병 혁신운동’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교육훈련이 내실 있게 이뤄지지 않으면 장병들의 해병대 정신이 약해지고, 그로 인해 올바른 해병대 정신과 DNA를 망각하면 병영 악습을 완전히 근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우리는 초심을 찾기로 했다.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조국의 위기 속에서 세상의 정의와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수많은 전장에서 승리의 신화를 만들어온 선배 해병들. 조국과 국민을 향한 뜨거운 충성심으로 뭉쳤던 참해병.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참해병’의 모습은 바로 ‘기본에 충실한 해병(Back to the Basic)’이다. 너무나 당연하다 생각하고 무심코 넘어갔던 기본으로 돌아가자.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적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이었던 창설 당시 해병대의 초심을 찾아가자. 해병대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빨간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는 모두가 해병대 정신과 DNA를 체득하고, 각자의 계급과 직책에서 책임감 있게 임무를 수행하며, 법과 규정, 명령을 준수하고 건전한 인성과 리더십을 함양하면 된다.
그리하면 장교는 전투기술에 정통하고 교육훈련과 부하 신상을 철저히 관리하는 진정한 지휘관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사관은 자신의 직무에 전문성을 가지고 장병들의 교육훈련을 지도하는 정통한 지휘자이자 교관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병사들은 군 복무 간 꿈과 희망을 설계해 성취해 나가고 교육훈련 4대 핵심과제를 숙달한 정예 전투원이자 군복 입은 민주시민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차가운 겨울이 지나가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찾아왔다. 해병대가 각고(刻苦)의 노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참해병 혁신운동’이 지난 2개월간의 계도·정착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확산과 신념화 단계에 들어간다.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보아 진짜 참해병의 모습으로 내년에 해병대 창설 70주년의 경사를 맞이했으면 한다.<국방일보 조군근의 국방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