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 69주년을 맞아 국가전략기동부대 대한민국 해병대가 달라지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해병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1949년 4월 15일 진해 덕산비행장에서 창설된 해병대는 6·25 전쟁 당시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하며 ‘귀신 잡는 해병’, ‘무적해병’ 등의 찬란한 전통을 만들었다.

이후 강한 군대의 대명사로, 임무를 완수하는 군이라는 수식어로 국가와 국민의 신뢰를 한몸에 받아왔다. 오는 15일 창설 69주년을 맞는 해병대는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창설 당시 적이 가장 두려워했던 해병대의 모습으로 돌아가 진정한 해병 정신을 되찾고 더욱 강한 군으로 성장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병대는 이를 위해 ‘참 해병 혁신 운동’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해병 훈련병이 교관으로부터 빨간 명찰을 받고 있다. 국방일보 DB



다시 해병대로…

해병대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왼쪽 가슴에 달고 있는 빨간 명찰을 자랑스러워 한다. 타 조직원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한민국 해병대만의 자부심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는 조국의 위기 속에서 정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승리의 신화를 만들어낸 선배 해병들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해병대는 올해 역점사업으로 ‘참 해병 혁신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국가와 국민을 향한 뜨거운 충성심으로 하나 됐던 참 해병의 모습을 되찾자는 취지의 운동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과거 선배들이 이룩한 승리의 역사를 당연하게 누렸던 지금의 해병대 구성원들의 사고 방식을 혁신 수준으로 개혁할 것”이라며 “우리 해병대는 이 운동을 통해 군인다운 행동 양식과 해병대다운 정신으로 재무장한 참 해병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병 훈련병들이 다목적 실내 전투수영 훈련장인 '무적관'에서 전투수영 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지난해 11월 붐 조성 단계로 시작된 이 운동은 정착 단계를 거쳐 현재 확산 단계가 추진 중이다. 해병대는 이 운동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설정했으며, 예하 각 부대는 부대 실정에 맞는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 해병대는 교육, 발표대회, 평가, 워크숍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병영 전반에 참 해병 혁신 운동을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병대는 개인과 조직이 실천해야 할 과제와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했다. 해병대 구성원에겐 ▲싸우면 이기는 강한 해병 ▲조직에 충성하는 해병 ▲꿈과 희망이 있는 해병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해병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선 ▲장병 의식 개혁 ▲일하는 문화 개선 ▲병영문화 혁신 ▲시스템에 의한 부대관리 등의 목표를 설정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해병대 DNA를 바탕으로 충성·명예·도전 등 세 가지 핵심가치를 실천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호국충성 해병대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참 해병 혁신 운동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훈련병들이 전투기질 함양과 단결력 도모를 위해 참호격투 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참 해병이 시작되는 곳, 교육훈련단

“악! 악! 악!” “자, 힘내자!” “한꺼번에 밀어버리자!” 

10일 오후 경북 포항시 오천읍 해병대교육훈련단(이하 교훈단)은 훈련병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4명이 한 조가 된 훈련병들은 교관의 호각 신호에 따라 큰소리를 지르며 원형 격투호 안에서 상대편을 넘어뜨리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구릿빛 피부에 다부진 몸, 악으로 가득 찬 눈빛의 훈련병들은 진흙이 튀는 현장에서 조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상대와 맞서고 있었다. 이날 교훈단은 훈련병들의 전투기질 함양과 단결력 도모를 위해 참호격투 대회를 마련했다. 

‘참 해병 혁신 운동’은 해병대가 시작되고 만들어지는 교훈단에서부터 시작된다. 교훈단은 해병대 기질이 충만한 정예해병을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 훈련병들이 이함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훈련병이 ‘싸우면 이기는 강한 해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교훈단은 강한 양성교육 과정을 적용해 교육훈련체계를 강도 높게 개선했다. 모든 훈련병은 해병대에 특화된 교육훈련을 통해 투철한 군인정신과 전투기술을 함양하며 강한 해병대 기질을 키운다. 이후 신분별, 병과별 전문 교육 과정을 거치며 언제 어떠한 임무를 부여받아도 완수할 수 있는 정예해병으로 다시 태어난다.

교훈단은 또 왜곡된 정보를 접한 뒤 입대한 훈련병들에게 진정한 해병대의 전통과 문화를 정확하게 알려줌으로써 올바른 해병대 정신과 DNA가 충만한 참 해병 전사를 만드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훈련병들은 이곳에서 참 해병 혁신운동의 취지와 배경, 추진방향과 실천과제 등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다. 교훈단은 카드형 교육자료를 비롯해 시각화·청각화 자료를 활용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정삼성(중령) 신병교육대대장은 “훈련병들은 참 해병이 시작되는 교훈단에서 꿈과 희망을 키우는 동시에 무적해병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강한 해병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강해지고 싶어서 해병대를 선택한 장병들에게 교훈단에서의 훈련과 군사교육은 군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기준이자 표본이 된다”고 말했다.

정 신병교육대대장은 또 “교훈단 정문에 걸려있는 ‘해병대의 미래는 이곳에서 시작된다’라는 표어처럼 우리에게 부여된 책임과 사명의 중요함을 깊이 인식하고 참 해병전사 육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병 훈련병들이 서서쏴 사격술을 숙달하고 있다.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실제상황서 조건반사적 반응

참 해병이 되기 위한 장병들의 강한 훈련은 빨간 명찰을 단 이후에도 계속된다. 교훈단에서 양성교육을 수료한 모든 해병대 장병들은 포항, 김포, 백령도, 제주도, 연평도 등 각 실무부대의 교육을 통해 진정한 해병으로 완성된다. 각 부대에서는 전투사격, 전투체력, 정신전력, 생존술 등 해병대 4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전투 전문가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병대는 장병들이 실제 상황에서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해병대식 전투사격 훈련을 도입했다. 훈련은 강제진입작전, 해안경계작전, 국지도발 대비작전 등의 전투상황에서 각개 병사 또는 소부대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일반적인 엎드려쏴, 앉아쏴 등 방어 위주 사격이 아닌 공격작전 전담부대인 해병대만을 위해 고안된 사격술이다. 개인 전투사격은 거리별 돌연 표적에 따라 서서쏴, 무릎쏴, 엎드려쏴 등 자세를 유연하게 변경해 사격한다. 

분대(팀) 전투사격은 분대 단위로 전투대형을 유지하며 사격과 기동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해병대는 기존 13개 숙달 과정을 최근 8개 영역으로 단순화해 장병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집중 숙달이 가능하도록 했다. 장병들은 전장에서 요구되는 즉각 조치 사격, 방독면 착용 사격, 야간돌격·방어사격 등을 숙달하며 실전 감각을 키우고 있다. 


해병 훈련병들이 무릎쏴 사격술을 숙달하고 있다.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해병대는 또 전투체력 훈련에도 매진하고 있다. 훈련은 상륙군 임무 수행 시 탄약 재보급, 환자 후송 등을 위한 근력과 지구력을 강화하고 적 조준사격 회피를 위한 순발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보병은 공격형 배낭을 착용한 채 15㎏ 탄약통 들고 달리기, 포병은 모의포탄 들고 달리기 등 병과별 맞춤형 훈련을 통해 실전성을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해병대는 역사와 전투사 교육을 통해 국가관·안보관·군인정신 등 장병 정신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또 적 화생방 공격, 동계 적진 고립 상황 등 다양한 전장 속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술 교육을 하고 있다.  

해병 훈련병들이 목봉체조 훈련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이경원 기자



청년 장병, 해병대에서 꿈과 희망을 찾다 

참 해병 혁신 운동은 청년 장병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해병대는 군 복무 기간이 장병들에게 인생 공백기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도입, 여건을 보장하고 있다. 

군 생활 동안에 보람을 찾고, 전역 후에는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해병대 각급 부대는 독서, 자격증 취득, 대학 학점 이수, 학습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하며 장병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해병대사령부는 덕산장학재단을 운영하며 대학교 휴학 중인 병사 중 경제적으로 어려운 인원을 선발해 소정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해병대1사단은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등과 자매결연을 하고 간부들의 학위 취득 여건을 보장했다. 또 국방통합 온라인 공개강좌를 활성화해 간부들이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병대2사단은 습관 형성 66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66일 동안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병영에 적용한 이 프로젝트에서 참가 장병들은 인생 설계표와 66일 습관형성표를 작성하고 자기개발을 위한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또 사단은 매월 1회 선행을 실천하고 2권의 책을 읽으며, 매일 5가지 감사함을 전우와 나누는 ‘행복나눔 1·2·5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해병대 연평부대는 전역 후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장병 18명으로 구성된 ‘섬마을 해병 선생님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매 주말 부대 인근 연평초등학교와 연평중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활동하며 선생님의 꿈을 미리 이루고 있다. 부대는 이들에게 근무시간 변경, 교수안 준비 시간 제공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안승회 기자 


  1. [김명환 종교와삶] 如如, 변함이 없는 마음

    김명환 해병대1사단 군종실장·법사·중령 문명이 발전하고 삶은 풍요로워졌으며 진보하는 기술만큼 사람들 몸은 편안해졌지만, 마음은 그만큼 더 행복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세상도 기술의 핵심은 사람들의 ...
    Date2018.10.30 Views769
    Read More
  2. 꿈과 희망이 있는 군 생활

    이 승 찬 일병 해병대1사단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말이 있다. ‘힘들거나 즐겁거나 시간은 흐르고 전역은 다가온다’는 뜻이다. 몇몇 군인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시간에 대해 “어떻게든 지나간다”...
    Date2018.10.29 Views719
    Read More
  3. 기다리기만 하던 나를 뛰게 한 버킷리스트

    장 병 헌 병장 해병대2사단 짜빈동대대 어느덧 전역을 두 달 남짓 남겨둔 병장이 됐다. 그동안 나는 크고 거창한 것보다는 병영생활 중에 실천할 수 있고,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한 것들로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
    Date2018.09.05 Views982
    Read More
  4. '필승 DNA'에 '혁신' 이식 더 막강해진 '무적 해병'

    창설 69주년을 맞아 국가전략기동부대 대한민국 해병대가 달라지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해병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1949년 4월 15일 진해 덕산비행장에서 창설된 해병대는 6·25 전쟁 당시 수많은...
    Date2018.05.16 Views996
    Read More
  5. 해병대의 초심찾기 ‘참해병 혁신운동’

    조순근 대령 해병대1사단 행정부사단장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금방 풀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심했던 일이 결실을 보려면 지속해서 마음을 바로잡는 것...
    Date2018.03.22 Views1597
    Read More
  6. 백령도와 해병대가 성장시킨 나

    김 태 환 (예)해병중위 전 해병대6여단 정훈참모실 ‘나도 국민이 힘들어할 때 도와주고 부하들보다 궂은일에 앞장서는 멋진 해병대 장교가 될 거야.’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려서부터 해병대인을 꿈꿨다. 태풍 ...
    Date2018.03.08 Views936
    Read More
  7. 신화를 남긴 해병대 전통을 계승하자

    김 재 현 중위(진) 해병대2사단 선봉연대 1967년 2월 15일 새벽, 짙은 안개가 끼고 비가 내리는 베트남의 쾅나이성 손틴군 짜빈동 인근의 야트막한 30m 고지. 청룡부대 11중대는 2개 연대 규모의 월맹 정규군과 3시간...
    Date2018.02.25 Views848
    Read More
  8. 국방개혁 완성을 위한 제언

    김 종 화 소령 해병대2사단 작전참모실 작전계획과 과거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맹자는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고 해 인적자원을 전쟁의 결정적 승리요인으로 보...
    Date2017.12.18 Views941
    Read More
  9. 꿈과 희망을 통한 전투력의 배가

    조순근 해병대령해병대사령부 항공단창설준비단장 병영 내 악성 사고는 ‘적’만큼이나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부대 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이로 인해 유·무형의 전투력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전우에 대한 ...
    Date2017.10.29 Views1040
    Read More
  10. 해병대 창끝부대 소대장의 다짐

    김상아 중위(진)가 중대전술훈련의 일환인 4박5일간의 130km 완전군장 행군에서 선두에 서서 소대원들을 이끌고 있다. <사진 부대 제공> 내 꿈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군인이었다. 그런 내가 해병대 ROTC 장교를 지원한...
    Date2017.10.29 Views12831
    Read More
  11. 나를 강하게 만든 혹서기 100㎞ 산악무장행군

    오주현 일병 해병대1사단 행군은 힘들다. 군대에서 행군은 더욱 힘들다. 산악행군은 더더욱 힘들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산악행군은 더더욱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7월의 한여름에 전우들과 함께 100㎞ 산...
    Date2017.08.06 Views1570
    Read More
  12. 달의 뒤편 이야기

    나 상 진 소위 해병대2사단 차갑고 어두운 밤, 한적한 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한 번쯤은 달빛이 어두컴컴한 길을 밝게 비춰주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한밤중에 빛을 내며 우리를 안전하게 인도하는 달빛...
    Date2017.07.18 Views888
    Read More
  13. 내게 많은 것을 준 해병대

    이재민 일병 해병대 군수단 수송대대 “위잉~위잉~에옹에옹~.” 2017년 5월 16일 08시10분, 호송차 사이렌이 중대 장거리 수송훈련 시작을 알렸다. 평소 운전에 자신이 없던 나는 이번 중대 장거리 수송훈련의 주된 임...
    Date2017.06.25 Views885
    Read More
  14. 첫 대민지원

    류지민 상병 해병대 교육훈련단 우리 소대는 아침 과업정렬 시간에 놀라운 과업을 지시받았다. 오후에 대민지원을 나간다는 것이다. 개인 신변 정리시간에 뉴스나 국방일보를 보면 많은 부대가 대민지원을 나가 국민...
    Date2017.04.09 Views786
    Read More
  15. 故 장시영 회장님을 추모하며 - 정수현. 해병대전우회 제주도연합회 자문위원

    얼마 전 故 장시영 회장의 부고를 받고 인생무상을 느꼈다. 그분은 여러 분야에 헌신하셨지만 해병대에 대한 기여가 남달랐다. 장 회장은 제주도립병원 산부인과 과장을 역임하다 부산에서 의원을 개업하는 중 6·25전...
    Date2017.03.11 Views93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36 Next
/ 3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