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강한 군대의 대명사로, 임무를 완수하는 군이라는 수식어로 국가와 국민의 신뢰를 한몸에 받아왔다. 오는 15일 창설 69주년을 맞는 해병대는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창설 당시 적이 가장 두려워했던 해병대의 모습으로 돌아가 진정한 해병 정신을 되찾고 더욱 강한 군으로 성장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병대는 이를 위해 ‘참 해병 혁신 운동’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다시 해병대로…
해병대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왼쪽 가슴에 달고 있는 빨간 명찰을 자랑스러워 한다. 타 조직원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한민국 해병대만의 자부심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는 조국의 위기 속에서 정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승리의 신화를 만들어낸 선배 해병들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해병대는 올해 역점사업으로 ‘참 해병 혁신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국가와 국민을 향한 뜨거운 충성심으로 하나 됐던 참 해병의 모습을 되찾자는 취지의 운동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과거 선배들이 이룩한 승리의 역사를 당연하게 누렸던 지금의 해병대 구성원들의 사고 방식을 혁신 수준으로 개혁할 것”이라며 “우리 해병대는 이 운동을 통해 군인다운 행동 양식과 해병대다운 정신으로 재무장한 참 해병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붐 조성 단계로 시작된 이 운동은 정착 단계를 거쳐 현재 확산 단계가 추진 중이다. 해병대는 이 운동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설정했으며, 예하 각 부대는 부대 실정에 맞는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 해병대는 교육, 발표대회, 평가, 워크숍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병영 전반에 참 해병 혁신 운동을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병대는 개인과 조직이 실천해야 할 과제와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했다. 해병대 구성원에겐 ▲싸우면 이기는 강한 해병 ▲조직에 충성하는 해병 ▲꿈과 희망이 있는 해병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해병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선 ▲장병 의식 개혁 ▲일하는 문화 개선 ▲병영문화 혁신 ▲시스템에 의한 부대관리 등의 목표를 설정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해병대 DNA를 바탕으로 충성·명예·도전 등 세 가지 핵심가치를 실천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호국충성 해병대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참 해병 혁신 운동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참 해병이 시작되는 곳, 교육훈련단
“악! 악! 악!” “자, 힘내자!” “한꺼번에 밀어버리자!”
10일 오후 경북 포항시 오천읍 해병대교육훈련단(이하 교훈단)은 훈련병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4명이 한 조가 된 훈련병들은 교관의 호각 신호에 따라 큰소리를 지르며 원형 격투호 안에서 상대편을 넘어뜨리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구릿빛 피부에 다부진 몸, 악으로 가득 찬 눈빛의 훈련병들은 진흙이 튀는 현장에서 조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상대와 맞서고 있었다. 이날 교훈단은 훈련병들의 전투기질 함양과 단결력 도모를 위해 참호격투 대회를 마련했다.
‘참 해병 혁신 운동’은 해병대가 시작되고 만들어지는 교훈단에서부터 시작된다. 교훈단은 해병대 기질이 충만한 정예해병을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병이 ‘싸우면 이기는 강한 해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교훈단은 강한 양성교육 과정을 적용해 교육훈련체계를 강도 높게 개선했다. 모든 훈련병은 해병대에 특화된 교육훈련을 통해 투철한 군인정신과 전투기술을 함양하며 강한 해병대 기질을 키운다. 이후 신분별, 병과별 전문 교육 과정을 거치며 언제 어떠한 임무를 부여받아도 완수할 수 있는 정예해병으로 다시 태어난다.
교훈단은 또 왜곡된 정보를 접한 뒤 입대한 훈련병들에게 진정한 해병대의 전통과 문화를 정확하게 알려줌으로써 올바른 해병대 정신과 DNA가 충만한 참 해병 전사를 만드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훈련병들은 이곳에서 참 해병 혁신운동의 취지와 배경, 추진방향과 실천과제 등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다. 교훈단은 카드형 교육자료를 비롯해 시각화·청각화 자료를 활용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정삼성(중령) 신병교육대대장은 “훈련병들은 참 해병이 시작되는 교훈단에서 꿈과 희망을 키우는 동시에 무적해병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강한 해병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강해지고 싶어서 해병대를 선택한 장병들에게 교훈단에서의 훈련과 군사교육은 군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기준이자 표본이 된다”고 말했다.
정 신병교육대대장은 또 “교훈단 정문에 걸려있는 ‘해병대의 미래는 이곳에서 시작된다’라는 표어처럼 우리에게 부여된 책임과 사명의 중요함을 깊이 인식하고 참 해병전사 육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상황서 조건반사적 반응
참 해병이 되기 위한 장병들의 강한 훈련은 빨간 명찰을 단 이후에도 계속된다. 교훈단에서 양성교육을 수료한 모든 해병대 장병들은 포항, 김포, 백령도, 제주도, 연평도 등 각 실무부대의 교육을 통해 진정한 해병으로 완성된다. 각 부대에서는 전투사격, 전투체력, 정신전력, 생존술 등 해병대 4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전투 전문가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병대는 장병들이 실제 상황에서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해병대식 전투사격 훈련을 도입했다. 훈련은 강제진입작전, 해안경계작전, 국지도발 대비작전 등의 전투상황에서 각개 병사 또는 소부대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일반적인 엎드려쏴, 앉아쏴 등 방어 위주 사격이 아닌 공격작전 전담부대인 해병대만을 위해 고안된 사격술이다. 개인 전투사격은 거리별 돌연 표적에 따라 서서쏴, 무릎쏴, 엎드려쏴 등 자세를 유연하게 변경해 사격한다.
분대(팀) 전투사격은 분대 단위로 전투대형을 유지하며 사격과 기동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해병대는 기존 13개 숙달 과정을 최근 8개 영역으로 단순화해 장병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집중 숙달이 가능하도록 했다. 장병들은 전장에서 요구되는 즉각 조치 사격, 방독면 착용 사격, 야간돌격·방어사격 등을 숙달하며 실전 감각을 키우고 있다.
해병대는 또 전투체력 훈련에도 매진하고 있다. 훈련은 상륙군 임무 수행 시 탄약 재보급, 환자 후송 등을 위한 근력과 지구력을 강화하고 적 조준사격 회피를 위한 순발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보병은 공격형 배낭을 착용한 채 15㎏ 탄약통 들고 달리기, 포병은 모의포탄 들고 달리기 등 병과별 맞춤형 훈련을 통해 실전성을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해병대는 역사와 전투사 교육을 통해 국가관·안보관·군인정신 등 장병 정신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또 적 화생방 공격, 동계 적진 고립 상황 등 다양한 전장 속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술 교육을 하고 있다.
청년 장병, 해병대에서 꿈과 희망을 찾다
참 해병 혁신 운동은 청년 장병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해병대는 군 복무 기간이 장병들에게 인생 공백기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도입, 여건을 보장하고 있다.
군 생활 동안에 보람을 찾고, 전역 후에는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해병대 각급 부대는 독서, 자격증 취득, 대학 학점 이수, 학습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하며 장병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해병대사령부는 덕산장학재단을 운영하며 대학교 휴학 중인 병사 중 경제적으로 어려운 인원을 선발해 소정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해병대1사단은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등과 자매결연을 하고 간부들의 학위 취득 여건을 보장했다. 또 국방통합 온라인 공개강좌를 활성화해 간부들이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병대2사단은 습관 형성 66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66일 동안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병영에 적용한 이 프로젝트에서 참가 장병들은 인생 설계표와 66일 습관형성표를 작성하고 자기개발을 위한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또 사단은 매월 1회 선행을 실천하고 2권의 책을 읽으며, 매일 5가지 감사함을 전우와 나누는 ‘행복나눔 1·2·5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해병대 연평부대는 전역 후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장병 18명으로 구성된 ‘섬마을 해병 선생님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매 주말 부대 인근 연평초등학교와 연평중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활동하며 선생님의 꿈을 미리 이루고 있다. 부대는 이들에게 근무시간 변경, 교수안 준비 시간 제공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안승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