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병 헌 병장 해병대2사단 짜빈동대대 |
어느덧 전역을 두 달 남짓 남겨둔 병장이 됐다. 그동안 나는 크고 거창한 것보다는 병영생활 중에 실천할 수 있고,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한 것들로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했다.
19개월여 동안 내가 이뤄낸 버킷 리스트를 몇 가지 소개한다면, 첫 번째는 ‘나의 관심 분야와 관련된 책 50권 읽기’다. 내 꿈은 IT 분야 스타트업 오너다. 스타트업을 창업해 페이스북·카카오톡과 같은 큰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IT 분야의 지식과 트렌드를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힘들고 바쁜 군 생활 중에 조금씩 주어지는 개인 정비 시간에 틈나는 대로 책을 읽으며 목표를 이뤘다.
두 번째는 ‘21개월의 군 생활을 앨범으로 남기기’다. 해병대 하면 강도 높은 훈련과 끈끈한 기수문화가 특징이다. 악으로 버텨낸 상륙기습훈련 등 수많은 훈련과 그 시간을 동고동락한 전우들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혈기왕성하고, 뜨거운 열정에 차있던 순간들을 저장한 이 앨범은 군인으로서의 내 모습을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이 됐다.
세 번째는 ‘휴가 때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 여행 가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부모님과 한 번도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다. 항상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내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으로 발전했다. 여행 일정을 직접 짜보고,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잡으면서 ‘왜 진작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렇듯 해병대 입대 당시 아무런 목표도 없이 군 생활을 시작한 내가 ‘꿈과 희망이 있는 병영생활 운동’을 통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작은 목표를 세우고 또 스스로 이뤄가는 연습을 했다. 돌이켜보면 버킷 리스트가 지금의 나를 목표 의식이 뚜렷한 소신 있는 해병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준 셈이다.
현재 나는 첫 실무 배치를 받았던 전방 소초에 다시 투입돼 녹음기 완전작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때 내가 선임들을 바라보던 것처럼, 갓 배치된 후임들은 나를 바라보면서 군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이 후임들에게 내가 평소 동경했던 선임처럼 말보다는 행동으로 영감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