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기 중위(진) 해병대사령부 연합화력협조장교
한미 해병대 화력관계관 워크숍 참가차 얼마 전 일본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미 제3해병기동군(Ⅲ-MEF) 아래 화력·효과 협조본부(FECC) 및 예하 부대를 방문한 짧은 기간 동안 새롭고 다양한 정보가 파도처럼 한 번에 밀려들어 왔다. 그렇지만 나는 그 파도에 깎이면서 새로운 내가 되어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 해병대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게 많은 초급장교가 미 해병대의 체계와 구조를 보고 들으며 많은 지식과 넓은 안목을 갖춘 해병대 장교로 나아갈 수 있는 배움의 자리였다. 짧은 오키나와 출장 경험을 바탕으로 연합화력협조장교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과 틀을 잡을 수 있었다.
또 연합화력 운용절차를 습득하는 것과 더불어 통역장교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이번 국외연수 간 나의 소임이었다. 통역장교의 임무는 우리 해병대와 미 해병대 간의 교두보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요 현황 보고와 오가는 말들이 퍼즐 조각이 돼서 노트에 뿌려졌고 그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맞추는 데는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다.
공식 일정이 종료되고 숙소로 돌아와 오늘 통역한 자료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수했던 부분과 미숙했던 표현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다듬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나의 실수가 큰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머릿속에 생각하며 오역을 줄이고 올바른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 해병대에 대한 충성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내가 임무를 수행할 때 많은 선배 장교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말해주셨고, 자신감을 가지라며 조언해 주었다. 질문을 통해 단순히 내가 들은 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해병대 화력운용 체계와 현안에 관한 이해와 소화는 통역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고 침착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부대방문을 통해 내가 직접 다양한 무기체계와 미 해병대의 시뮬레이션 훈련을 볼 수 있었던 것 또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미 화력처 부대현황 소개와 더불어 양국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정보처·비행사단 등 타 부서와 부대를 방문하고 실제로 어떠한 대화들이 오가는지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신임 소위에게 무엇보다도 귀한 경험이었다. 또한, 미 해병대들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그들을 더욱 이해하고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마지막 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바다 수평선이 갈라놓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수평선을 보면서 잠시 내가 해병대 장교로서 부족함은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았다. 미 제3해병기동군사령부 건물 입구에 적힌 문구가 보였다. ‘Forward, Faithful, Focused(전진, 충성, 집중)’. 우리 해병대 3대 핵심가치인 충성·명예·도전만큼이나 초임장교의 가슴을 뛰게 했다. 해병대 장교로서 그 문구를 마음에 새기고 이번 연수의 경험을 발판 삼아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 <국방일보 병영의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