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하얀 하사 해병대1사단 킹콩연대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경쟁 사회에 노출돼 있다.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친구들과 끊임없는 경쟁을 했고, 군대에서도 경쟁은 똑같이 진행된다.
나는 진급과 장기복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복무를 하면서 점차 그 목표는 흐릿해지고 늘 비슷한 일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나에게도 소소한 행복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같이 근무하는 해병들과 상담하면서 서로의 고민이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군 생활에 지쳐가던 시기에 분대 신병들이 들어왔다. 신병들과 고민 상담을 하다 보면 오히려 내가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자주 상담을 하던 해병이 이야기를 하던 중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던 책과 함께 책갈피를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선물로 받은 책갈피에 적힌 글귀가 군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던 나의 가슴속에 깊이 박혔다.
‘시간은 인생의 동전이다. 네가 가진 유일한 동전이고 그 동전을 어디에 쓸지는 너만이 결정할 수 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글귀는 그날 이후 나의 작은 주문이 됐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가 나의 고민을 해결해 주길 바랐고, 명쾌한 답을 들려줄 것을 기대했던 나에게 책갈피의 글귀는 ‘내 삶의 주인은 오직 나 자신이다’라고 경종을 울려주었다.
그 당시 나의 자존감은 바닥 수준이었다. 군 생활의 목표와 의지가 사라져 아침에 일어나면 늘 수많은 걱정을 하면서 출근을 했다. 그렇게 얼마 후 부서를 옮기게 됐고, 새로운 환경과 임무에 적응을 하면서 지금까지 군 생활과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동안 ‘왜 나 스스로를 힘들게 했을까?’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보고, 내가 남은 군 생활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해 봤다. 그 결과 혼자 조급하거나 초조해 하지 말고, 새 부서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업무를 하면서 많이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느꼈다.
나는 군 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람마다 각자의 때(時)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22살에 입대해서 남들보다 일찍 취업을 했지만 지금의 나는 이제 시작 단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 있어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때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열등감이나 경쟁심을 느낄 필요 없이 그저 자신의 속도로 인생을 여행하고, 앞날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글을 보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 우리는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