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간 아들 넘이 넘보고 싶지만 ...장한 내 아들이 자랑스러워요"
"아들 넘을 포항 해병대훈련소에 바래다주고 온 지 48일만에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필승! 노 훈, 엄마 아빠께 인사드립니다. 많이 보고 싶습니다'... 그 목소리에 저도 덩달아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기자가 자주 찾는 한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아들을 해병대 훈련소에 보내 놓고 늘 아들 생각에 가슴을 조렸다는 이 어머니는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 어머니의 글을 보면서 기자 또한 아득한 군 초년시절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육군 소위 임관 후 첫 부임지인 강원도 전방으로 떠나기 앞서 "아버지 어머니 이제 가겠습니다. 건강히 계십시오"하고 거수 경례로 인사를 올리자 아버지께선 "집안 걱정은 하지말고 몸 건강하게 임하거라"하며 시골 동네 어귀에서 어깨를 쓰다듬다 등을 떠미셨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사코 "돌아가시라" 만류하는 아들의 말에도 괘념 않고 뭍을 오가는 선착장 뱃머리까지 따라나오셔서 외아들의 모습이 한 점 까만 점이 될 때까지 그 자리 그대로 서서 멀어져 가는 아들의 그림자를 한없이 지켜보고 계셨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 홀로 되신 후에도 잘 찾아뵙지 못한 아들녀석이 전화로 인사를 대신해도 오직 아들 걱정과 함께 군복무에 임하는 막내아들 같은 병사들 염려가 또 하나의 일상이 되곤 하셨다. 어쩌면 자식을 군에 보낸 모든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들을 해병대 훈련소에 보낸 그 훈련병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아들도 대부분 여느 젊은이와 같이 자신의 결정에 의해 해병대에 자원입대를 했다고 했다.
콜렉트 콜로 걸려온 수신 상태가 좋지 않은 전화 음으로 인해 처음에는 잡음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보니 아들의 목소리에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는 이 어머니는 얼마 전 아들이 입대한 훈련병 그 기수(1129기)를 대상으로 한 TV프로그램 '해병은 살아 있다'(취재파일)를 보면서 밤을 설치며 한참을 훌쩍였다고 털어놨다.
"지난 19일(12월) 밤 취재파일 4321 '해병은 살아 있다'를 보는데 우리 아들의 훈련 기수인 1129기 아들들에 대한 훈련 내용을 촬영한 거 에요. 비가 오는데도 총을 메고 진흙탕을 기어다니는 겁니다. 상의를 벗고 너무도 무거워 보이는 목봉인가 하는 것을 여러 명이 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떨려 제대로 보기가 겁이 났습니다. 그 날 지 외할머니도 울고 저는 한참을 훌쩍였답니다. 이게 부모의 마음인지요...."
"아들 넘 전환 처음엔 떨리더니만 그래도 군기가 바짝 들어 있더라구여. 6주 훈련이 끝나고 수송병으로 백령도로 배치를 받았다는데, 다시 경산에서 4주 훈련을 받고 있고요, 오는 1/21일 백령도로 입도 한다네요. 요즘 연평도 사건도 있고 해서 마음은 심란한데 울 아들이 잘 하리라 믿는답니다."
전화 상으로 목소리만 들은 아들이었지만 예전과는 달라도 확연히 달라졌다고 밝힌 이 어머니는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아들을 처음엔 말렸지만 꺾이지 않는 고집에 결국 아들의 뜻을 받아주어야 했다고 적었다.
최근 모 방송에서 인기 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 탤런트 현 빈 군이 해병대에 자원입대 키로 한 사실이 밝혀져 어제(13일)인터넷 상 뉴스의 한가운데 서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병역 기피를 위한 꼴사나운 모습에 혀를 차던 네티즌들이 한 연예인의 영웅과도 같은 행동에 대리만족감을 형성하며 폭발적인 열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게 한 것이다. 더구나 그의 입대가 연평도 포격 이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더 대견하고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김해진 특임차관의 외아들이 지난 3월 천안함 폭침이 일어나기 며칠 전 해병대 입대해 백령도 6여단에서 복무중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 또한 평범한 일상이지만 지도층 자제나 공인들의 병역 면탈 행위가 시시때때로 이어지는 시점에서 이게 진정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실천이 아닌가 생각된다.
연평도 포격 이후 해병대를 자원하는 젊은이들이 평상시에 비해 갑절로 늘고 최근 들어서도 그 비율이 4대1을 넘게 몰리고 있다 하니 연약하게만 보였던 우리 젊은이들이 새삼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해병대 입소해 극기(克己)속에 훈련중인 아들의 목소리에서 더 장한 아들로 성장해 가는 아들의 모습을 본 듯한 훈련병 어머니가 가슴 저림에도 "장한 내 아들"로 다가오는 것처럼 우리 모든 어버이 또한 동일한 마음이겠지만 힘든 해병대를 통해 미래를 향하는 젊은이들의 기상에서 밝은 내일의 미래 한국을 보는 것 같아 마음 더욱 든든해진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이 역설적인 의미도 담고 있겠지만 '박수칠 때 떠난다'는 말이 바로 이런 즈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더 크게 다가오는가 한다.
KONAS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