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온 상병 해병대군수단 상륙지원대대
내게 2018년은 아주 특별한 해였다. 군인이 된 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친구들은 나에게 왜 이리 일찍 가느냐고, 군대에 자원해서 가는 나를 비꼬고 동정했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 결정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된 훈련을 받은 후 그만큼 끈끈해진 전우애를 느끼고 한계에 다다르는 훈련을 버텼다는 나의 자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름(?) 젊은 나이에 입대했기에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상 물정 모르고 멋모르는 20살, 그저 대학교와 집을 오가는 일상을 반복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지냈던 나는 불현듯 군대에 대한 생각이 들어 입대했고 그렇게 나는 나의 21살을 조국에 바쳤다. 전역하고 다시 캠퍼스를 거닐 때 내 나이는 23살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새파랗게 젊은 나이이겠지만, 누군가에게 나는 군대를 다녀온 ‘아저씨’가 될 것이다. 나 역시 20살의 특권인 그 특유의 패기가 남아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나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해 보려고 한다.
지난여름, 중대 앞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게시판을 봤는데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안보토론대회. ‘이게 뭐지?’라는 생각으로 살펴보았다. 국내의 대학생들이 모여서 우리나라의 안보를 주제로 토론의 장을 펼친단다. 마침 올해부터 현역병들도 참가할 수 있단다. 올해부터 과학 분야도 신설됐다고 한다. 모든 게 나를 위해 준비된 듯싶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걸리는 게 있었으니, 바로 대중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타고난 소심쟁이였던 나에게 정말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분명 이전의 나였으면 ‘NO!’부터 외쳤을 테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군대 아니면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당당히 신청했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소홀히 한 것도 아니었기에 부푼 마음을 안고 대회장으로 들어섰다.
이후 벌어진 시간은 말 그대로 금쪽같은 시간이었다. 전국의 다양한 대학생들이 모여 자기 생각을 말하고 그에 관해 토론하는, 나의 견문을 이전보다 갑절은 늘려준, 이전에는 갖지 못한 시간이었다. 그저 무대 울렁증을 겁내서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했다면 결코 갖지 못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알고 보면 군대만큼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곳도 없다. 운전·요리·통신 등등 다양한 기술에서부터 대원들과 부대끼면서 사회 경험을 배우기도 한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내 인생에서 가장 청춘인 20대를 바쳐서 오는 군대이니만큼, 20대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도 살다가 한번쯤 돌아보며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도전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도전하는 군인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