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중위(진) 해병대2사단 선봉대대
지난해 12월, 제2회 사단 주관 청룡전사 선발대회에 참가했다. 10월에 있었던 제1회 청룡전사 선발대회부터 참가하고 싶었지만, 당시 훈련으로 인해 참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2회 선발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청룡전사 선발대회를 위해 대회와 관련된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선발 전주에 있었던 사단 주관 최강중대 선발대회에도 참가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경험해 보았다.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대대를 대표해서 나온 만큼 청룡전사로 선발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전투체육 시간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혼자 연병장을 뛰고, 수영장에서 전투수영을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디데이가 됐다.
대회 장소에 가니 사단 각 대대를 대표하는 해병들이 모여 있었다. 제1회 선발대회에서 변별력이 없던 과목들은 조금 더 어렵고 힘들게 조정됐다.
무엇보다도 참가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제1회 선발대회에 참가했으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다시 참가한 해병들도 있었다. 다들 굳은 각오와 다짐으로 똘똘 뭉쳐서 꼭 청룡전사가 되겠다는 눈빛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대회가 시작되고 요일별로 해병대 4대 핵심과제(전투사격·정신전력·전투체력·생존술)와 20㎞ 무장행군을 평가받았다. 도중에 포기하는 인원들과 평가 중 생긴 환자들이 많았다.
그만큼 고된 과정이었기에 나도 ‘왜 참가했을까’ ‘끝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수없이 떠올랐다.
하지만 대대를 대표해서 나왔고, 수많은 해병 앞에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으며, 얻은 기회를 놓치기 싫은 마음도 컸기 때문에 끝까지 이를 악물고 도전했다.
‘내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얼마나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것은 인내심에 많은 도움이 됐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 운 좋게도 7등으로 선발돼 드디어 청룡전사라는 영예를 얻었다. 시상식 때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는 순간이 있었다.
선발 마지막 날 20㎞ 무장행군을 하던 중 허벅지와 종아리에 쥐가 나서 스스로 발로 땅을 세게 차며 ‘이렇게 힘들 때 남들도 똑같이 힘들다고 생각하겠지. 분명히 이 순간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뀔 것이며, 만약 전시 상황이라면 이럴 때 내가 대원들을 챙겨야 하고 힘든 모습을 보여선 안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순간이다.
그 순간 고통을 참아내며 끝까지 도전했기 때문에 빛나는 자리에 서게 됐다고 생각했다.
‘비행기는 순풍이 아닌 역풍을 타고 이륙한다.’ 수많은 역풍을 맞으면서 도전했기에 청룡전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거운 무장을 메고 달렸을 때 맞닥뜨렸던 역풍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며, 그때 끌어올렸던 내 심장의 열기는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기반이 됐다.
끝으로 이번 선발대회 참가 기회를 주신 선봉대대 대대장님과 중대장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