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민 병장 해병대6여단
- 포병대대 순환훈련을 다녀와서
서해 최북단 백령도서군을 수호하는 우리 부대는 지난해부터 포병 순환 훈련을 하고 있다. 포병부대를 연천·포항 등으로 이동해 진행하는 해병대 전개훈련(MDP: Marine Deployment Program)의 하나다. 이를 위해 우리 중대는 지난해 말, 백령도에서 육지로 훈련을 다녀왔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다. 그동안 백령도에서만 훈련해 왔었고, 외부에서 훈련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눈 녹듯 사라졌다. 사격장으로 출발하는 당일,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새벽 5시, 중대 전원은 무장을 메고 분주하게 이동했다. K9 자주포를 로베드 트레일러(low-bed trailer)에 싣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평소 보지 못한 장면에 나와 중대원들은 자연스레 감탄하며 훈련을 시작했다.
이후 우리는 훈련장에서 3박4일 동안 야외취침을 하며 훈련했다. 기세등등한 바람과 맹렬한 추위였지만, 후임과 서로 온기를 나누고 춥지 않게 핫팩을 주고받으며, 자신이 아닌 선·후임을 먼저 챙기는 모습에 더욱 돈독해지고 전우애가 무엇인지 다시 느끼게 되었다.
나는 1223기 선임으로서 막내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고, 폐쇄기의 주퇴복좌와 자동개방 원리를 가르쳐줬다. 사격할 때 지시에 따라 모든 포가 동시에 사격하는데, 이를 처음 보는 후임들이 신기해할 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사격이 끝난 뒤엔 관측장교님께서 해병대만 모든 탄을 과녁에 명중시켰다고 하셔서 정말 뿌듯했다.
특히 이번 훈련은 평소 해보지 못한 훈련을 할 수 있어서 큰 경험이 됐다. 도서의 특성상 기동 및 사격훈련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훈련은 이런 실전 감각을 되찾아준 것 같았다. 또한, 내륙 부대와 다른 점을 비교하면서 시야가 크게 넓어졌다.
모든 K9 자주포가 다 같이 기동하다가 멈춰서 동시에 포를 풀고, 지지대를 내린 뒤, 동시에 방렬하는데, 실수 없이 완수한 순간은 정말 뿌듯했고, 야간에는 경광봉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호흡을 척척 맞췄다.
해병대는 상륙작전 특성상 한곳에 머물러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며 싸워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훈련은 모든 상황에서 전천후 포병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서북도서를 사수하고 있는 최전선 포병으로서 이번 순환 훈련에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워 뿌듯했으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향후 중대원과 함께 부단히 실력을 갈고닦아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