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균 병장 해병대1사단 3연대
나는 어릴 적부터 ‘내가 만든 영상 혹은 사진을 통해 전 세계인의 마음에 감정을 새기는 것’이 내 소망이자 목표였다. 그래서 입대해서도 사진과 영상을 계속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입대에 관한 나의 계획과 고민에 대해 대학 선배와 상담하던 중 “일생을 살면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 말고, 인생에 단 한 번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에 도전해봐”라는 선배의 조언으로 내 계획은 180도 바뀌었다.
사진과 영상은 내 인생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시켜 나갈 나의 무기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나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한계에 도전하고 조직적·체계적 공동체 생활을 경험할 수 있을 때가 과연 언제 있을까? 그 때문에 나는 강인한 훈련과 끈끈한 전우애를 느끼기 위해 해병대의 길을 선택했다.
해병대 교육훈련은 값진 만큼 고됐다. 그중 천자봉 정복 훈련은 해병대 일원이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훈련 중 하나다. 우리는 완전군장을 하고 해가 질 때부터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행군을 이어가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목적지를 향해 그저 묵묵히 계속 전진했다.
나의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극에 달해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쯤, 내가 해병대를 선택한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평소 왜소한 체격과 체력이 부족했던 동기생이 “열외 해도 괜찮다”는 교관의 배려에도 “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반복하고 있었다. ‘위험을 무릅쓸 용기가 없다면,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동기생의 용기에 우리는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 천자봉을 정복하고 자랑스러운 해병대 빨간명찰을 가슴에 달 수 있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해병대의 일원으로 공수대대에 배치됐고, 전입 후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공수 정기 강하훈련을 통해 해병대를 선택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헬기를 이용해 약 350m 상공에서 오직 낙하산 하나에 의지해 지상으로 강하하는 훈련은 경험이 있는 대원들도 긴장을 놓지 못한다.
신문이나 뉴스에서는 공수강하를 뛰는 대원들이 걱정과 두려움 없이 강하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 또한 두려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극한 훈련 속에서도 전우의 힘듦을 이해하고, 전우의 등 뒤를 지켜주며, 함께하는 전우를 믿기에 완벽한 임무수행을 가능하게 한다.
‘그곳에 없었던 자 그곳을 알지 못하고, 그곳에 있었던 자 그곳을 잊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군 생활 경험은 사회에 있는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 또한 알지 못할 것이다. 이 경험들은 남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이 아니라 오롯이 경험한 자들만을 위한 것이다.
해병대에서 느끼는 감정·추억·전우애 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며, 우리가 마음껏 도전하고 경험할 수 있는 무대다.<국방일보 병영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