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기 상병 해병대 제2상륙장갑차대대
최근 꿈과 목표를 하나씩 정리하면서 심리학에 관심이 커졌다. 관련 도서를 찾던 중 중대 북카페에서 새하얀 배경에 긴 하늘색 소파가 그려진 표지의 책을 찾았다. 『프로이트의 의자,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란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책은 ‘자동차는 휘발유 엔진의 힘으로 가는데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것을 동력으로 사용하는가? 인간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동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와 ‘어떻게 하루를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으로 소속감·자존심·자기실현, 이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소속감’은 학교 동창회, 각종 동아리, 학회 등 다양한 모임과 단체에 소속되려는 욕망이다. 나는 우리 가정에서는 아들로, 경기도 파주시에서는 지역주민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으로 다양한 곳에 소속돼 있으며 특별히 약 1년 전 대한민국 해병대에 입대해 현재 제2상륙장갑차대대의 장갑차 조종병으로 소속감을 느끼고 있다.
둘째,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다. 나는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고정관념들을 깨는 일에 자존심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워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태연하고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했다. 또, 내가 정한 기준을 지키는 일에 자존심을 세우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들었던 “해병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아버지의 말씀은 내게 또 하나의 기준이 됐다. 입대 전 단 한 개의 턱걸이도 하지 못했던 내가 꼬박 한 달을 노력해 겨우 턱걸이 한 개를 할 수 있게 됐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결과 현재는 13개를 해 사단 체력검정 기준 특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마지막 ‘자기실현’의 사전적 정의는 ‘내가 가진 잠재력의 완전한 실현’이다. 매슬로는 자기실현을 욕구 5단계 중 최종 목표라고 했다. 어쩌면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자기실현의 하나일 수 있다. 나는 20개월의 군 복무기간에 다양한 자기계발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자기실현 욕구를 충족하고자 했다.
이러한 자기실현을 위해 가장 도움이 많이 됐던 것은 ‘행복나눔 1·2·5운동’이었고, 그중 월 2권 이상의 책을 읽자는 운동이 내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우리 집 아들에서 국가의 아들이 됐고, 턱걸이 0회는 13회로 늘어났으며, 연간 독서량은 2권에서 24권으로 불어났다.
1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바뀐 것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행복나눔 1·2·5운동을 통해 나는 매일 감사하고 변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군 복무기간 단축과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그리고 평일 외출 시행 등 큰 변화도 있었다. 아직 나의 군 생활은 8개월이 남았지만 모든 것이 계속 변화해 나갈 것이다. 흐르지 않고 멈춰 있는 강물은 맑을 수 없다. <국방일보 병영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