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준위 해병대사령부 인사참모처
2019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일제 강점기에 빼앗긴 나라의 주권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독립 만세운동으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지켜낸 해이기도 하다.
최근 버스를 타고 봄을 알리는 풍경을 지나치며 백범김구기념관으로 향하는 나의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대한독립의 근간을 만드신 호국 영웅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평생 군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나라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 순간 왜 겸손해졌는지 모르겠다.
백범김구기념관 입구에 막 들어설 때 건물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실로 들어가 해설사가 역사자료에 관해 하나하나 설명할 때는 경건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전시실을 돌아다니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오직 대한독립에 몸 바칠 수 있었던 정신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다. 김구 선생의 호 ‘백범(白凡)’ 두 글자에 깊은 뜻이 담겨 있음이 인상적이었다. ‘백’은 백성 중에 제일 낮은 하위계층을 나타내고, ‘범’은 중간의 평범한 계층을 나타내고 있다. 즉 ‘백범’엔 우리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음을 느꼈다. 또한, 국민을 위해 일하면서 가족을 잃고도 나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신 분이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김구 선생은 형무소 옥중에서 가혹한 고문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나의 생명은 빼앗을 수 있지만, 내 정신은 빼앗을 수 없다”는 각오로 함께 투옥된 동료들을 격려하면서 독립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김구 선생과 더불어 많은 독립운동가가 국가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그 숭고한 신념과 정신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군인으로서, 나아가 온 국민이 배우고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김구 선생의 업적뿐만 아니라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업적도 기념관에서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며,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 유공자분들의 헌신도 기록돼 있었다. 순국선열의 업적을 공부하면서 그들이 절대로 비굴하지 않았으며, 불의의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독립만을 위해 헌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념관 한쪽에는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이라는 조선 후기 문신(文臣) 이양연의 시가 적혀 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뜻이다. 김구 선생이 생전 좌우명으로 애송했다는 이 시는 온몸에 전율이 돋게 했다. 나는 이 시를 가슴 깊이 새겼다. 당시 내가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지금 내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군인으로서 사랑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다시는 뼈아픈 고통과 슬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