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 일병 해병대2사단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 『자존감 심리학』(토니 험프리스 저·다산초당)의 원제목은 ‘Whose life are you living?’이다. 직역하면 ‘당신은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다. 옮긴 이는 이를 왜 ‘자존감 심리학’이라고 번역했을까? 저자는 ‘나’의 인생인데도 ‘남’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는 이유와, 자존감을 높여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빛을 처음 본 아이는 눈치를 보지 않는다. 아이는 울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한다. 아이들의 세상 속 주체는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 원하는 것을 획득하는 데 실패하는 경험이 쌓이고, 사회의 시선과 기준을 깨달으며 아이는 점차 이에 맞춰 생활하기 시작한다.
처음 해병대에 들어와 훈련병이 됐을 때 우리 해병들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열심히 배웠다. 동기 해병들과 함께 열정을 불태우며 끝없이 노력했고, 각자 꿈꾸던 해병이 되기 위해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갔다. 자존감이 높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빛을 처음 본 아이와 같았다. 하지만 빨간 명찰을 달고 실무에 오면서 그 높았던 자존감, 자신감, 열정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했다. 미숙한 행동으로 자주 혼이 났고,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빠르게 역할과 문화를 익혀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점차 나를 잃어 갔고, 후임들에게 똑같은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됐다. 그동안 비겁하게 숨어있었을 뿐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나’를 중심에 두고 ‘타인’을 존중하는 것을 꼽았다.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 부대 구성원들을 어떻게 존중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생각했고 존중하는 마음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중대장님께서 ‘행복나눔 1·2·5 운동’에 관해 교육을 해주셨다. 매일 다섯 가지 감사한 것을 작성하며 하루를 되돌아보고 이를 선·후임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했다. 선임들과 옳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이야기하며 같이 고민해 나갔고, 후임들에게는 먼저 다가가 그동안 겁쟁이처럼 숨어서 옳지 않은 것들을 강요하고 잘못된 행동을 했던 것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로 인해 우리 부대에는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해병들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하며 자신감을 되찾아 갔다. 매일 감사한 일을 적고 나누는 작은 노력으로 ‘하나의 사회’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더 이상 ‘내’ 삶의 주인공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해병, 감사와 열정이 넘치는 해병으로 거듭날 것이다. <국방일보 병영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