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범 상사 해병대 제2포병여단
최근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활약하는 국군 장병들을 지켜보며 이들의 헌신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전투라는 생각을 했다. 안전의 사전적 정의는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다. 이는 모든 상황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가치며, 우리 군이 대내외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가치다.
여단 재난안전담당관으로 보직되고 나서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됐다. 아울러 현장에서 과업을 감독할 때는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우발상황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부지불식간에 불쑥불쑥 떠오르기도 했다. 더 안전한 해병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깊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해병대사령부가 ‘안전 해병대 만들기’라는 통합 안전관리 지침을 발간했다. ‘안전 해병대 만들기’는 천지인시(天地人時)의 사원팔괘(四元八卦)를 바탕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해 지혜롭게 행동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부대의 안전을 담당하는 재난안전담당관으로서 큰 감명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를 우리 부대에 적용해 다음과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첫째, 여덟 가지 안전수칙 점검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부대의 모든 장병은 전입 시부터 ‘안전은 행동하는 것’이라고 인식하도록 교육받는다. 수많은 안전수칙이 있겠지만, 우리 부대원들은 ‘안전 해병대 만들기’를 위한 안전진단 표준 점검표를 활용하고 있다. 교육과 강조에 만족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온전하게 비전투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일일 안전성 평가’를 실시해 부대의 위험성을 일일 단위로 점검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위험요인에 대한 식별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모든 부대에서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하인리히(H.W.Heinrich) 사고 발생 이론’에서 나온 ‘1:29:300 법칙’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특히 이러한 능력의 필요성은 지휘관(자)과 재난안전담당관 같은 소수의 인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군 생활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예방하려면 모든 대원이 각자의 임무와 직책에 따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인 시스템에 따라 각자 서로의 안전을 위해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완벽한 평가체계가 완성된다.
셋째, 안전사고 예방은 적당한 시기에 반드시 조치한다. 매년 반복되는 조치라는 이유로, 부대 업무에 바쁘다는 이유로 그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부대는 ‘예방주사’를 처방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훈련해야 하며, 전 장병은 이러한 노력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앞으로도 안전한 해병대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끝으로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외부로부터의 위협은 물론 내부의 안전 위해요소와도 전투를 벌이고 있는 전후방 국군 장병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