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중사 해병대2사단 선봉여단
오늘날 해병대는 ‘무적해병’ ‘귀신 잡는 해병’ ‘신화를 남긴 해병’ 등으로 불린다. 또 많은 사람이 해병대를 ‘교육훈련이 강한 부대’ ‘싸우면 이기는 부대’로 인식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지금의 우리 해병대를 만들었을까? 나는 무수히 많은 해병대 전사 중에 ‘도솔산지구 전투’가 지금의 강한 해병대를 만든 초석이라고 생각한다.
도솔산지구 전투는 1951년 6월 4일부터 19일까지 16일 동안 강원도 양구군 도솔산(해발 1148m)에서 벌어진 전투다. 처음에는 미 해병대 제1사단 예하 5연대가 고지 탈환의 임무를 수행했으나 적의 강력한 방어에 다수의 손실만 입고, 결국 1951년 6월 3일 한국 해병대 예하 1연대가 임무를 인수해 6월 4일 첫 공격을 개시했다. 북한군은 약 4200명의 병력으로 무수히 많은 지뢰를 매설하고 수류탄과 자동화기 등을 퍼부으며 완강히 저항했다.
김대식 대령이 지휘하던 해병대 1연대는 치열한 육탄전과 강력한 기습공격 등을 감행해 24개의 고지를 하나하나 점령하며 전진했고, 6월 19일 목표 24개 고지를 모두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전과로는 북한군 2263명을 사살하고 44명을 생포했으며, 개인·공용 화기 등 198점을 빼앗는 큰 전과를 올렸다. 해병대 7대 전투 중 하나로 기록된 이 전투 이후 우리 해병대는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무적해병(無敵海兵)’이라는 휘호를 받았다.
과연 미 해병대도 공격에 성공하지 못한 도솔산지구 전투를 우리 해병대는 어떻게 승리로 이끌 수 있었을까? 나는 승리의 이유를 세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첫째, 충성(忠誠)이다. 해병대 특유의 충성심은 지휘관(자)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상급자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명령을 받아 어떠한 전투에서도 일사불란(一絲不亂)한 모습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둘째, 명예(名譽)다. 해병대는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다. 빨간 명찰에 대한 자부심과 강인한 교육훈련에 대한 자부심 등 우리가 해병대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명예롭게 여겨 어떤 전투에서도 두려움보다 명예로운 마음이 더 컸다.
셋째로 도전(挑戰)이다. 우리는 어떠한 임무와 작전에도 끈기를 갖고 도전한다. 포기라는 단어는 해병들의 마음속에는 없다. ‘안 되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오늘날 해병대의 핵심가치 또한 충성·명예·도전이다.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무적해병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충성심과 명예로운 마음가짐, 안 되면 될 때까지라는 도전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솔산지구 전투부터 전해 내려오는 정신전력이 무적해병의 초석이 됐고, 오늘날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조국의 총끝·칼끝이 되어 적의 목을 겨누고 있다. 나 또한 선배 해병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선승구전(先勝求戰)하고 내 한목숨 조국에 바치겠다는 굳은 각오를 해본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0.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