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학 해병대전투발전위원회 연구위원·(예)해병준장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저마다 각자의 바람을 가지고 살아간다. 대부분 학교 성적, 건강, 출세, 명예, 부, 행복, 건강한 사회, 부강한 나라 등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아버지는 좀 특이한 바람을 가지고 계셨다. 아버지는 1959년 해병대에 입대하셨다. 군 복무를 하시는 동안 해병대에 매력을 느끼셔서 평생 해병대 꿈을 꾸고 계신다. 아들인 나는 해병대 외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고, 나의 아들이자 당신의 두 손자 모두 해병대에 입대해야 하는 건 당연했다.
나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해병이 되었다. 1987년 해병대 장교로 임관해 33년을 복무했으며 그중 3분의 1 이상의 세월을 아버지가 근무하셨던 김포지역에서 근무했다.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중대장·대대장·연대장 등 지휘관과 주요 참모를 전방인 김포에서 했다. 김포에서 근무하는 동안 두 아들을 낳아서 10여 년을 그곳에서 키웠다.
두 아들은 2015년과 2018년에 해병대에 입대했다. 공교롭게도 그들 모두가 다 김포에서 해병대 생활을 했다. 할아버지가 근무하셨고, 아버지가 근무했던 그곳, 그 부대에서 해병으로 근무했다. 3대가 같은 지역, 같은 부대에서 근무함은 하늘의 뜻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3대 해병 가문이 되었다. 아버지는 앞으로도 대대손손 모두 해병이기를 바라신다. 아버지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해병대의 피가 흐르는 우리 집안의 바람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아버지의 자랑거리가 생겼다. 매우 큰 자랑거리다. 병무청에서 선정하는 병역명문가로 선정되었다. 인터넷 국어사전에 병역명문가라는 단어가 있었다. ‘삼대(三代)가 모두 현역 복무를 성실히 마친 가문’이라고 풀이되어 있었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포함해 다른 직업이나 신분을 상징하는 명문가는 국어사전에 없었다. 오로지 병역명문가만 있었다. 이는 병역 이행이 얼마나 중요하고, 자랑스러운 것인지를 나타내는 증거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나와 두 아들 모두 아버지를 따라 해병이 되었고, 그 결과로 병역명문가가 되었으니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다.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혜택이 있든 없든 아버지와 나, 두 아들은 병역명문가로 선정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병역명문가 외에도 자랑거리가 더 있겠지만, 지갑에 ‘병역명문가증’을 넣고 다닐 수 있다는 게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운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군 복무를 의무라서 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나라를 지키고,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군 생활에서의 경험이 인생을 살아가는 밑천이 되기를 바라고, 우리 사회는 그들의 값진 공헌을 존중했으면 좋겠다. 나아가 더 많은 병역명문가가 탄생하기를 바란다. <국방일보 기고 202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