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산 병장 해병대 연평부대
우리 연평부대는 최근 병영 악습 사고 예방을 위해 특별 부대진단을 실시하며 식별된 여러 악습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계급별 사고의 격차를 좁히고자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군인인 우리는 ‘국가 수호’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하며 철저히 집단의 공통 목표를 따라야 한다. 20여 년간 각자의 환경에서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한지붕 아래 살아간다. 그러니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잡음은 서로 적응하기 위한 당연한 절차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병영 악습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첫째, 마음가짐이다. 우리는 주변 전우들을 자신보다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내 옆의 동료는 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나를 지켜줄 소중한 전우다. 오늘 밤 당장 전장에 투입됐을 때 서로의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생사를 함께하는 전우라는 마음가짐으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둘째, 각자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군대는 시간이 흐르면서 후임(Follower)과 선임(Leader)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사회다. 비윤리적인 지시가 아니라면 후임은 선임의 노하우와 경험을 배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선임은 병영생활과 주특기 능력이 부족한 후임을 끝까지 책임지고 이끌어줘야 한다.
셋째, ‘소통의 장(場)’을 마련해야 한다. 계급의 높고 낮음에 따른 일방적인 지시와 따름이 아닌,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며 인격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간부는 ‘대원들의 눈높이’에서 명확한 과업 설명, 잘못된 지시에 대한 사과, 성과에 대한 적절한 칭찬 분위기 조성과 시상으로 대원들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대원은 병영문화 자체를 간부와 분리된 자신들만의 단절된 세계로 한정하지 말고, 잔존하는 악습과 문화를 청산하려는 강한 의지로 언제든 간부들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제 밝은 병영문화 조성은 시대적 요구가 됐다. 해병대를 동경해 입대한 우리가 철없는 행동을 해 자랑스러운 해병대의 명예가 실추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전우에게 위해를 가하는 해병(害兵)이 아닌, 강인한 전우애와 호국충성의 전통을 계승하는 명예로운 해병(海兵)이다. ‘내 손으로 병영악습을 척결하겠다’는 다짐으로 국민의 따가운 질타를 ‘신뢰와 믿음의 찬사’로 바꾸자.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0. 09. 06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