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병 탁 일병해병1사단 포병여단
해병대는 국가의 부름에 가장 먼저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부대다. 정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사명 아래 언제나 국민을 먼저 생각하기에, 사상 최악이라 불리는 태풍이 포항을 휩쓸고 간 이후에도 해병대는 발 빠르게 대민지원을 준비했다.
우리 대대 또한 포항 구룡포로 지원을 나갔다. 트럭을 타고 가며 겹겹이 쓰러진 나무들을 보니 구룡포 주민들의 안위가 걱정됐다. 예상대로 태풍의 피해는 엄청났다. 풍랑에 유목과 부표들이 떠밀려와 해수욕장을 메웠고 트럭 크기의 아스팔트 조각과 몸통만 한 바위들이 부둣가 도로를 덮었다. 과거 구룡포의 정겨운 과메기 내음이 아닌 물고기와 갈매기 사체, 쓰레기가 풍기는 악취만이 구룡포를 맴돌았다.
트럭에서 하차하니 하늘은 뜨겁게 타올랐다. 한순간에 무너진 삶의 터전을 보며 대자연의 힘에 무기력함을 잠깐 느꼈지만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지붕이 사라진 컨테이너를 철거하고 해안의 쓰레기들을 한곳에 모아 마대에 담으며 환경정화 활동을 했다. 해변과 도로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모래가 뒤덮였지만, 작업이 진행되면서 바닥의 아스팔트가 조금씩 드러났다. 대원들과 함께 삽으로 퍼내고 널빤지로 밀어내며 원래 도로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해안 정비를 마친 후 유리 벽면으로 된 3층 횟집 건물을 철거했다. 벽면의 모든 유리는 금이 가거나 깨져 있었고 천장의 석고보드는 절반 이상 무너져 있었다. 유리 조각, 석고보드, 천장의 철제 골조, 비바람에 고장 난 가전제품들을 마대 자루에 담아 치웠다.
횟집 사장님의 “3일 뒤에 더 큰 태풍이 또 오니 남은 천장도 마저 철거해 주실 수 있습니까?”라는 말과 체념한 표정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나와 부대원들은 그분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자 열의를 가지고 철거에 힘썼다.
빗자루질과 물청소로 남은 먼지와 유리 조각들을 모두 제거했고 넘어진 가전제품들을 세우며 사장님의 재기를 기원했다.
해병대 장병들의 수해 복구 노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란다. 이번 태풍은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남겼고, 수재민들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 군의 도움과 국민의 격려가 절실한 시기라 생각한다. 재난을 극복하고 새로 시작할 용기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해병대는 언제나 가장 힘들고 위험한 곳에 제일 먼저 앞장서 뛰어나갈 준비가 돼있다. <국방일보 병영의 창 202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