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석 해병대위 소말리아해역 호송전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나는 세팍타크로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해 코트에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나는 또 다른 유니폼을 입고 이역만리 아덴만 해역에서 우리나라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며, 국제해상교통로 확보와 대해적작전을 통해 국제해양안보에 이바지하고 있다.
국가대표란 어느 한 분야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조직을 말한다. 스포츠 선수가 가슴에 태극기를 붙이기까지는 고된 노력과 열정,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나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스물여덟 적지 않은 나이에 해병대 장교로 입대했다.
해병대의 일원이라는 자부심과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좌우명을 가슴에 새기며 근무하던 중, 좀 더 다양하고 실전적인 경험을 쌓기 위해 청해부대 파병을 지원했다.
그러나 인생의 두 번째 국가대표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아내는 셋째 출산을 앞두고 있었고, 국내에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만약 가장인 내가 해외로 나가면 아내 혼자 산후조리와 양육을 책임져야 했다. 녹록지 않은 상황임에도 나의 결정을 믿고 버팀목이 되어준 아내와 가족들,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선·후배들 덕분에 청해부대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지난 5월 부산 앞바다를 출항한 32진은 임무 지역으로 항해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왕건함과 임무를 교대하고 본격적인 임무 수행에 나섰다. 우리는 낯선 작전환경과 제한된 정보 등 다양한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악조건에서도 매일 땀 흘리며 반복적인 대응훈련에 매진했다. 정보분석관인 나는 우리 임무해역과 주변 국가의 정세, 해적 정·첩보를 분석하고, 지원대장으로서의 지휘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 3일 창설된 청해부대는 한국군 최초의 해외파병 전투함 부대로 같은 달 13일 1진(문무대왕함)이 출항했으며 현재 32진(대조영함)까지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안전항해 지원 100만 마일을 달성, 기쁨과 함께 남다른 사명감을 느낀다.
청해부대는 11년 동안 아덴만 해역에서 우리 선박의 안전항해를 지원하고 연합해군사 대해적작전을 통해 해양교통로를 확보해 왔다. 또한 연합작전에 참여해 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고 공조체계를 강화했으며, 중동지역에서의 군사외교 활동을 통해 대양해군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32진은 어느덧 33진과 교대를 앞두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대양으로 의 힘찬 항진을 위해 오늘도 준비하고 있다.<국방일보 병영의창 20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