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 정순채칼럼] 6.25전쟁은 70년 전 북한이 암호명 ‘폭풍’이란 이름으로 남침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낳은 전쟁이다. 민간인과 군인을 합쳐 약 160만 여명이 피해를 입은 우리역사 상 가장 가슴 아픈 전쟁이었다. 경찰도 1만 여명이 전사하는 등 정규군과 다름없이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했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이후 압록강에 가까운 평안북도 운산까지 북진한 유엔군은 1950년 10월 하순 수적으로 우세한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하게 된다. 그 와중에 중공군의 공세를 저지하여 피난민 10만 명의 생명을 살린 크리스마스의 기적 흥남철수를 가능하게 했던 전투가 있었다. 바로 ‘장진호 전투’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부터 12월까지 북한 함경남도 장진호 지역에서 미군 제1해병사단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이 중공군 제9병단에 속한 3개 군단 병력과 벌인 전투다. 유엔군과 중공군 사이에 벌어진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였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과 다부동 전투와 함께 3대 전투 중 하나인 장진호 전투는 유엔군 1만7000여명, 중공군 4만8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처절한 전투로 기록됐다.
이러한 장진호 전투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참전경찰들의 뛰어난 무공이 있다. 변변한 무장도 없이 싸워야 했던 경찰관들은 1950년 8월 1만 5천명들의 경찰관들이 유엔군에 배속되어 전쟁을 하게 된다. 한국 경찰들은 유엔군이 낯선 이국땅에서 원활한 작전으로 승리하도록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중 일부 경찰관들은 유엔군에게 별도의 특별훈련을 받고 ‘화랑부대’라는 이름으로 재편이 되었다.
화랑부대는 인천상륙 및 서울수복작전에 함께 참전하고, 유엔군과 함께 압록강 부근까지 북진했다. 그 중에서도 미 해병 1사단에 배속된 경찰부대는 미 해병들과 함께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다.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인공호수인 장진호는 눈보라가 몰아치고,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협곡지대이다. 화랑부대가 배속된 미 해병 1사단 5연대 3대대는 11월 27일 장진호 유담리에서 중공군의 인해전술 공격을 맞게 된다.
화랑부대는 엄청난 수의 몰려드는 중공군을 향해 기관총 세례를 발포하여 200명이 넘는 적군들을 사살했다. 화랑부대는 중공군 공격의 예봉(銳鋒)을 잡았고, 화랑부대 기관총 대원들의 영웅적인 희생은 대대 지휘본부 지역으로 진격하던 중공군을 확실하게 저지했다. 중공군의 공세를 저지한 유담리 전투는 아군의 성공적인 철수를 가능하게 했고, 흥남부두에서 수많은 피난민들을 구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당시 미해병 1시단 5연대 3대대장이었던 로버트 태플릿은 자신의 수기에서 “화랑부대는 상대 공격의 예봉을 잡았고, 화랑부대 기관총 대원들의 영웅적인 희생은 대대지휘본부로 진격하던 중공군을 확실하게 저지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미 해병 통역장교였던 이종연(현 91세) 재미변호사는 “한국경찰은 장진호 서쪽 유담리에서 전투를 했다. 경찰관들이 전투 전문인 미 해병과 함께 싸우면서 주공격을 맡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 사람들은 (경찰)정신으로 싸운 사람들이다. 경찰이 진짜로 멋있게 싸웠다”고 증언했다.
당시 세계 최강 부대인 미 해병대까지 극찬한 장진호의 참전 경찰들이 있었지만 이제껏 그들의 이름도, 전공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1957년 작성된 경찰의 ‘UN종군기장 수여대상자 조사명부’에서 겨우 찾아낸 18명의 경찰 영웅들에 대한 선양(宣揚)과 예우(禮遇)를 강화하고, 아직 확인하지 못한 다른 참전 경찰관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내야 할 것이다. 역사는 이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들 외에도 당시 장진호에서 이미 전사한 또 다른 영웅들은 그 차가운 땅속에 이름도 없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쉽게 조국과 애국을 말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바쳐 후손들의 평화로운 삶을 지켜준 경찰 영웅들의 희생을 너무도 쉽게 지나쳤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현재의 우리가 가슴속 한줄기 뜨거움이 있다면 눈을 들어 구국의 경찰역사를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영웅적 이야기를 기억해야 한다.
출처 아시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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