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6여단 김한빈 중위
“백령도에 가게 돼서 정말 기대된다.”
2019년 겨울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모든 양성 교육이 끝나고 백령도로 부대 배치된 후 내가 한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독특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대전에서 살았다.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했던 경험은 타지 생활을 동경하게 했다. 대전 지역에서는 거리 제한을 많이 받지 않고 지역 내 어느 고등학교에나 진학할 수 있었다. 비슷한 동네에서 또래 친구들과 지내던 때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나는 깨달았다.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며, 그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내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는 사실을.
그래서 대학교 입시에서 중점적인 고려 사항은 학교가 타지에 있는가였다. 그리하여 부산에서 공부하며 4년을 살 수 있었다. 어떤 연고도 없고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지낸 4년은 나에게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꿈이 바뀌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그렇기에 나는 새로운 ‘타지’ 백령도에서 보낼 2년을 기대하며 입도하게 됐다. ‘과연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이 돼 백령도를 나가게 될까?’
백령도에서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기만 하거나 쉽지만은 않았다. 부산의 ‘나’와는 다른 조건이 두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내가 군인이라는 사실이었고, 두 번째는 첫 사회생활이라는 것이었다. 전공과는 전혀 다른 업무를 하는 것과 외로움이 나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타지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이었다.
오가며 건네는 “고생한다” “잘하고 있다”라는 선배 장교님들의 격려, 선배라는 이유로 따르고 존중해 주는 후배 장교, 나이와 경험을 떠나 나를 존중해 주고 먼저 말 걸어 주던 부사관단, 동생처럼 잘 따르던 해병대원들, 그들의 존재와 관계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힘이었다.
점점 적응하면서 나는 다시 꿈을 향한 걸음을 시작했다. 꾸준히 독서를 하고, 퇴근 후에는 시를 지으며 하루하루 미래를 위한 자산을 축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제18회 병영문학상 작품공모전’에 틈틈이 써두었던 시 가운데 3편을 출품했고, 그중 ‘몽당연필’이 우수상으로 선정돼 해병대 장병 중에서는 유일한 한국문인협회 등록작가가 됐다. 이 결과로 우리 부대 장병들은 나의 꿈을 더 응원하고 지지해 줬으며,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꿈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더 깊은 공부와 온전한 연구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지난해 말에는 연세대 대학원에 지원해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어떤 이에게는 군 생활이 그저 지나가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의 꿈이 확고하게 바로 서 있고 주변의 동료·전우와 좋은 관계를 맺으며 꿈을 향해 걸어간다면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병영생활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국방일보 병영의 창 202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