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희 상사(진) 해병대 연평부대
2015년 한 여군 선배의 미담 보도를 통해 백혈병·소아암 환자 대상 모발 기증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 평소 남들보다 특출난 재능이 있거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작은 선행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씩 후원단체들을 통해 기증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모발 기증은 다소 생소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소중한 행복을 선물할 좋은 기회라 여기고 모발 기증을 결심했다.
생각과 달리 기증할 모발을 기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건강한 모발을 위해 파마·염색 등을 일절 하지 않고, 매일 개인 시간을 절약해 모발이 상하지 않도록 정성껏 손질하고 관리했다. 모발 일부가 상하기라도 하면 과감하게 잘라내고 다시 기르기를 수없이 반복했고, 생활 속 불편함을 감수하며 건강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게 길고 긴 노력 끝에 지난해 12월 4일 생일을 맞아, 5년 동안 기른 30㎝의 모발을 ‘어머나 운동본부(어린 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단체)’에 전달했다. 나에게 모발은 기증을 결심한 순간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엄격한 두발 규정을 따르는 군인이기에, 힘겹게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에게 일반 여성보다 더 건강하고 튼튼한 모발을 전할 수 있어 뿌듯했다. 그로부터 3주 뒤인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운동본부로부터 기부 증서를 받았다. 비록 한 장의 종이에 불과했지만, 그 증서에는 기증 모발로 만든 가발을 쓰고 환하게 웃고 있을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 듯해 여느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더욱 의미 있고 값졌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은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적응하는 데 꽤 힘이 든다. 이에 더해 올겨울은 잦은 한파와 폭설로 유난히 더 춥고 쓸쓸했다.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는 힘든 현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선행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 거창하고 부담스럽다면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될 것 같다. 일부 금전을 절약해 저소득 및 해외아동 후원하기, 특별한 나만의 재능기부, 헌혈 및 불우이웃 돕기 등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그랬듯이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 함께 봉사 활동을 활성화해 코로나19 시대에 ‘몸은 멀어지지만 마음은 한층 가까워지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보자. 작은 선행들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모두가 다함께 행복을 나누는 그날이 찾아오기를 손꼽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