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 중위해병2사단 상승여단
최근 강화도에서 군 복무 중인 나에게 귀중한 기회가 주어졌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주관하는 ‘호국 영웅 귀환 행사’에 참관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과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약식으로 진행된 행사였지만 군인으로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된 값진 시간이었다. 행사가 진행되자 유가족들은 떨리는 손으로 고인의 신원확인서, 감식 기록지 등을 전달받으며 재차 감사하다 하셨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이라도 가족들 품에 돌아와 준 호국영령에게 고맙다고도 말씀하셨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25전쟁 당시 수습하지 못한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해 가족의 품으로 보내드리고 있으며, 현재까지 1만3000여 구의 유해를 찾았다. 하지만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분은 160여 명으로 1%에 불과하다. 군은 한 분의 영웅이라도 더 신원이 확인돼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해병대 역시 조국의 산하에 잠들어 계신 선배 전우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계·안강지구전투가 벌어졌던 포항시 남구 기계면 성계리 142고지에 120여 명의 유해발굴단과 해병대 장병들이 투입돼 완전유해 1구와 부분유해 3구 등을 수습, 유해발굴감식단으로 운구했다. 포항 지역의 유해발굴 작전은 지난 2004년에 시작돼 현재 총 403구의 유해와 1만5449점의 유품을 찾았다.
세계에서 유해발굴감식단을 정식 국가기관으로 운영하는 곳은 미국과 대한민국, 2개국뿐이다. 미국은 미수습 전사자들의 유해 발굴과 참전용사에 대한 국가적 예우에 최선을 다한다. 대한민국 역시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호국 영웅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53년 휴전이 선언되고 69년이 지난 오늘, 그날의 아픔은 무뎌지고 있지만, 호국 영웅들은 여태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반도 어딘가에 잠들어 계신다. 죽음을 불사하고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선배 전우들의 용기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조국과 후손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들의 고귀한 정신과 용기에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국방일보 병영의창 2021.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