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영 소령해병대1사단 본부대대
일반적으로 군인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사격이나 전차의 기동훈련, 안면위장을 멋지게 한 특수부대원들이 하늘과 바다를 누비는 모습 등을 상상할 것이다. ‘군인’이라는 단어에 주방용 장갑, 삽과 같은 공구, 볼펜을 떠올리기는 정말 힘들 것이다. 당연히 입대하는 장병들 또한 각개전투와 위장한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상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입대 후 자대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군 생활과는 다른 임무를 부여받고 아쉬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내가 근무하는 부대는 사단의 본부대대다. 본부는 부대의 제반 근무지원을 맡는 핵심부대로 평시에는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임무를 수행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코로나19로 증가한 택배 업무를 감당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우체국병, 부대 출입을 통제하는 정문 행정 안내 요원, 밤낮을 바꿔가며 상황 유지에 집중하는 지휘통제실 근무 요원, 여러 참모실의 행정 요원, 간부들의 출퇴근을 위해 모두가 잠든 시간부터 운행을 준비하고 차량을 점검하는 수송대 장병들, 건강한 식사 제공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조리 요원, 군 숙소 관리 요원, 목욕탕·재활용 수집소 관리 요원, 군악·의장 요원 등의 다양한 지원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다.
부대장으로서 상륙기습훈련과 유격훈련, 공수훈련 등 강인한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인원들은 많은데 부대 임무 특성상 모두에게 이런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 항상 안타깝다.
어느 조직이나 대표하는 직책 뒤에는 묵묵히 뒷받침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달 탐사를 추진하던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미 우주센터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건물을 청소하는 청소부와 마주쳤다. 그리고 지금 무슨 일을 하던 중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청소부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저는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현재 그가 맡은 임무는 우주개발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청소부를 포함한 우주센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최종 목표는 결국 사람을 달로 보내는 일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부대 임무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국민의 군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직책과 임무에 신성한 국방의 의무 수행을 위한 고귀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해병대1사단의 표어는 ‘상하동욕의 선승구전 사단’이다. 우리 부대원 모두 같은 욕심, 같은 목표, 같은 꿈으로 임무를 완수하자. <국방일보 병영의창 212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