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상병 해병대 1사단
나는 지난 10년간 해외에서 거주하며 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는 일본에서, 중·고등학교는 싱가포르에서 마쳤고, 대학교는 미국으로 진학했다. 그러나 긴 여행은 끝났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자 해병대에 자진 입대를 결정했다.
해병대에 입대한 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생각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나는 한국어가 서툴러 의사소통조차 불편한 훈련병이었다. 더욱이 실무생활 초기에는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사고방식과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문화와 다른 점이 많아 적응이 쉽지 않았다. 또한 싱가포르, 로스앤젤레스 등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생활하다가 덥거나 추운 날씨가 뚜렷한 대한민국의 기후는 힘든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것을 버티고 견뎠고 지금은 중대 60㎜ 포반의 분대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등 어엿한 대한민국 해병대의 일원이 됐다. 내가 해병대에서 복무하며 뼛속 깊이 느끼고 새긴 것은 ‘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다.
나는 대한민국 해병대로서 어려운 순간을 맞이할 때면 ‘하고 싶은 의지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을 되새기며 반드시 극복해왔다. 특히 강한 훈련에서 내 한계에 부딪혔을 때 ‘나는 해병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이겨냈다.
나는 임무를 수행하며 힘들 때마다 가끔 지난날의 사진과 일기들을 본다. 그때마다 나는 입대 전 해외에서 학업에 전념했을 때보다 입대 후 지금 더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말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쉽게 포기하고 남에게 의지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가 미숙하면 ‘과외선생님이 도와주겠지’라고 믿었고, 대학 시절에는 인턴 면접에서 떨어져도 누군가 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개인 운동을 할 때면 내 한계치를 미리 정하고, 낮은 중량으로 실시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운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해병대는 나를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변화하기까지는 해병대 전우들의 긍정적인 영향이 정말 컸다고 생각한다. 부족했던 나를 이끌어준 부대 간부 및 선·후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해본다.<국방일보 병영의창 2021.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