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록 상병 해병대1사단 군악대대
군악대에서 쓰는 행진곡 중 ‘위대한 전진’이라는 것이 있다. 군 행사의 시작은 일반적으로 임석상관 입장으로 시작하는데 이때 임석상관의 품위 있는 입장을 위해 우리가 연주하는 곡이 ‘위대한 전진’이다.
1987년에 작곡된 이 곡은 제목에 걸맞게 힘찬 기상의 선율이 돋보인다. ‘위대한 전진’을 가장 많이 연주했을 우리 군악대 대원들도 각자의 꿈을 위한 위대한 전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원들과 재야의 종소리를 기다리며 각자 신년 목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때 후임 중 1명이 서울대학교 성악과 입시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말했다. 당시 우리는 ‘꿈이 크다’며 웃고 무심히 넘겼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 후임이 같은 이야기를 건네자 이번에는 다들 각자 도와줄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그 친구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나섰다.
먼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대원들은 자신들의 정보와 경험으로 실기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성악과에 다니는 대원은 입시요강을 찾아가며 공부할 곡들을 정해주고 노래의 음악성을 키워주는 레슨에 나섰다. 그러자 다른 대원은 반주를 도와주며 자신의 휴가를 써서라도 입시 반주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노래뿐만 아니라 수학능력시험 준비도 해야 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공부 또한 하고자 하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입대 전 과외를 했던 나와 선임이 수능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후임에게 과목을 나눠 틈틈이 가르치기 시작했다. 1명이 자신의 꿈을 위해 전진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도와주기 시작하자 개인 정비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배우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나 또한 우리 군악대의 선한 영향력에 자극 받아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입시 준비라는 험한 길을 군대에서 다시 걷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기에 매우 고민했다. 그러던 중 우리 군악대원끼리 행사를 나가는 버스 안에서 한 말이 뇌리를 스쳤다. ‘코로나로 인해 행사는 뜸하지만 즐겁게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이 연주하고 오자’라는 것이었다. 나는 행사뿐만 아니라 인생 모든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후회가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학교에서 음악 교사라는 꿈을 키우고 싶어 입시 재도전을 결정했고 다시 꿈을 향해 후회 없이 전진해 보려고 한다.
우리 군악대원들의 꿈을 향한 위대한 전진이 좋은 결과를 남길지, 아니면 그저 추억으로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왕 시작한 일이니 우리를 믿고 응원해주는 대원들과 간부님들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한 걸음씩 나아가 보려고 한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