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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황 재 웅

 

인생에서‘젊음’이라 불리 우는 단어를 서투르게 끄적이고 있을 때면, 내 머릿속 언저리에 숨어있던 군대라는 녀석은 나를 항상 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언젠가 저찝찝하기 만한 녀석을 처리하려 벼르고 있었고 한기가 고조되던 그 해의 끝자락에 어쩔 수 없는 서투름에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던 나는 겨울보다 더 춥고 시린 마음을 부여잡고는 피할 수 없는 그 녀석을 선택하고야 말았다.
아니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녀석은 빨리 지나가 버려야 할 원망스런 2년의 세월이었고, 나 같은‘젊은이’들에게 땅이 꺼질 듯한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 근심의 원천이었으리라.

첫 인상은 생소하기만 했었고 반갑지도 않은 녀석이었지만, 1년 6개월이라는 그 군대생활이 내 삶에 짙은 농도로 녹아들어간 지금은, 그 당시 나의 땅이 꺼질 듯한 탄식은 하늘의 먹구름이 가실 듯한 맑은 미소가 되어있었다. 그것은 그렇게도 소망했던 나를 위한 욕심을 충족시켜 생긴 미소도, 무엇인가를 성취해서 느낄 수 있는 기쁨도 아니었다. 단지 내 앞에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 그것 하나 때문이었다.

그 행복한 미소는 무엇을 의미했던가. 나의 성숙은 아니었을까. 성숙이란 것은 본래의 내 사고가 갑자기 심화되는 것도 아니요, 나를 가리키고 있는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당연하듯 생기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새로운 환경을 만나서 많은 것을 접해 필연적으로 발생 된 생각에 홀연히 잠길 때, 나는 자연스레 성숙하고야 말았다. 나는 군대에서 성숙한 생각을 하려 애쓰지 않았지만, 군대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성숙이었다.
나도 모르게 성숙을 하고 있었나 보다.
분명 한 번 밖에 없는 군대 생활 일거다. 그래서 나는 밖에 있을 때와는 다른 태도로 모든 이들을 대하고 있다는
것을 문득 느꼈다.
그들은 만회할 수 없는 내 기억의 한 장면이었다. 좀 더 신중하고 간절하게 그들을 대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주변 모든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주체 할 수 없는 행복에 휩싸이게 되는데 내 스스로는 이미 그들을 내 인생의 추억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추억이 될 배우들이 내 앞에서 시도 때도 없이 걸어 다니며 심지어 나에게 지대한 관심마저 보여 주는데 나는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 단순한 기억을 추억으로 바꾸는 작업을하고 있다.
‘그땐 그랬지’가 아니라 그 때를 떠올리며 기분 좋은 감상에 젖을 수 있는 그런 추억 말이다. 후에 그들을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들과 만든 추억들로 평생 남아있게 될 진데, 내가 어떻게 그들을 나의 한낱 젊은 왕성한 혈기로만 대할
수 있을 것이며, 또 무관심으로만 일관할 수 있겠는가?
그들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함부로 할 수 없음이다. 그렇다고 이 추억을 위해서 나 자신의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가라는 뜻은 아니다.
그들의 선임으로써 후임으로써 충분한 역할을 할지라도 마음 깊숙이 있는 아직도 어리숙하고 미숙하기만 한 그들의 감성을 해하지는 말아야함을 알아야 한다.
상호간의 모든 감성이 그것을 추억으로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인생에서 간직하게 될 소중한 지워지지 않는
마음속의 사진 한 장을 갖게 될 것이다.
존경하는 선·후배님들이여, 그대들은 지금 어떤 추억을 만들고 계십니까. [2009 해병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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