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해양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한 나는 우연히 학과 선배의 권유로 학생군사교육단(ROTC·학군단)에 입단하게 됐다. ‘어차피 남자라면 가야 하는 군대, 강인한 훈련을 자랑하는 해병대를 선택하자’는 마음으로 학군단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학군단에 입단한 2015년 말 나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해병대 교육훈련단 정문을 통과했다. 당시 내 마음은 설렘 속에서도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지내왔던 것과 다른 제한된 생활과 군사훈련 등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편안하기만 한 일상에 길들여진 내 몸과 마음은 학군단 교육과정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옆에서 같이 고생하는 동기들과 고통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내 모습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과 만족감이 나를 이끌어주었다. 우리는 해병대의 이름으로 하나가 돼갔고, 그 안에 있는 내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강인한 훈련을 자랑하는 해병대에서 힘들 때마다 서로 도와주고 다독여주는 전우애와 해병대정신은 ‘빨간 명찰’의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 순간 나는 해병대 입대는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는 해병대에서 많은 것들을 얻었다. 가족과 같은 전우, 어떠한 일에도 부딪칠 수 있는 용기,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사회에서는 얻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현재 나는 중대장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나는 우리 중대원들이 군 복무 중 해병대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입대하는 장병들은 ‘MZ세대’다. 미래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 갈 MZ세대는 성과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을 거침없이 요구하며, 차별을 거부한다. 아울러 어떤 행위에 대해 이유와 동기를 추구하는 세대다. 나는 이러한 장병들의 성향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지휘관이 되고자 한다. 내가 대원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세심하게 챙겨줄 때 부대 임무를 더욱 완벽히 수행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부대에서 미래 해병대의 주역을 꿈꾸며 입대한 중대원들에게 해병대 주요 전투사와 해병대 정신을 교육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해병대의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지휘관 시간과 정신전력의 날을 활용해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더불어 가족과 같이 화목하고 즐거운 중대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너지지 않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그리고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우리 부대원들이 자랑스러운 해병대원으로서 행복하고 보람된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1.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