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와 나, 그 역사의 시작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1.07.15>

 

김태준 상사 해병대2사단 선봉여단.jpg

권 주 혁 대위 해병대2사단 선봉여단

 

 

우리 해병대가 걸어온 찬란한 역사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았다. 차곡차곡 기둥을 세우듯 선배 해병들이 쌓아 올린 영광의 탑과도 같다.

대한민국 해병대의 첫 전투는 ‘해병대 작전명령 1호’ 군산·장항·이리지구전투였다. 1950년 7월 16일 선배 해병들은 군산항에 상륙해 북한군의 호남 지역 남하를 지연시키며 무적 해병의 기틀을 닦았다.

나는 2010년 6월 25일 6·25전쟁 60주년과 함께 임관했고, 첫 부임지는 해병대의 칼끝이라 할 수 있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였다. 해병대 작전명령 1호가 군산·장항·이리지구전투였다면, 나의 첫 작전명령은 해병대6여단 전지중대 포반장이었다.

실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첫 사격훈련에 참여했다. 그날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포격전이 발발한 날이었다.

여단의 모든 화기가 참여해 한창 사격훈련을 하던 도중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우리는 대비태세를 갖춰나갔다.

이때 나는 ‘만약 내 발 앞에 포탄이 떨어진다면 전우들을 위해 포탄을 온몸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대답은 ‘전우들을 위해 나의 목숨을 바칠 수 있다’였다.

실제 상황에서 해병들은 나의 행동 하나, 말투 하나에 민첩하게 반응했으며 평소 교육한 대로 움직였다. 내 말 한마디가 분대원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확고한 군 생활의 신념이 생겼다. ‘내 부하들을 군 생활하는 동안 절대 다치거나 죽게 하지 않고, 온전한 모습으로 전역시켜야겠다’고.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군 생활을 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후에도 나는 수많은 상황을 마주하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군 생활이 쌓이고 지금은 행정관 직책을 맡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내 군 생활의 시작에 저런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선배 해병들 또한 해병대 작전명령 1호를 하달받고 나와 같은 생각으로 전투에 임했을 것이다. 내 목숨보다 전우의 목숨이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전투에 임하는 해병대 특유의 끈끈함이 무적 해병의 기틀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제4대 해병대사령관 김성은 장군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기 생명은 새 깃털처럼 가볍다고 생각해라. 그 마음이 없으면 해병대 하지 마라.”

해병대 창설, 첫 전투였던 군산·장항·이리지구전투, 그리고 오늘날의 해병대까지 그 같은 마음들이 모여 불패 신화를 만들었고 지금도 해병대는 새로운 역사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와 해병대의 시작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무적 해병의 신화를 이어 나가겠다고 굳게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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