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31 00:52

배려 - 강진식

조회 수 299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우연한 기회가 되어 우리 동네의 조그만 성당엘갔다. 그날따라 외부 초빙 신부님의 강론이 있던 날이다. 키도 작고, 짧게 깎은 흰 머리가 꽤 인상적이었다.
“이 성당 강 신부님은 몇 분 동안 강론을 하시지요?...10분?,...20분요?..., 그럼 저는 15분만, 아니 그것도
3분을 뺀 12분만 강론을 하겠습니다. ..이제 제 나이 70입니다. 지난 제 인생을 한번 쯤 돌아볼 때가 된 것 같아 뒤돌아보니 전 正義를 위해서 한평생을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정의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았고, 목숨 바쳐 싸웠으며, 하나님한테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위한‘배려’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 왔다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내 고등학교 동창생 중 SK에 근무하는 김○○전무라는 친구가 있다. 울산에 근무하는데 몇 년 동안 틈 날 때마다 가까운 지인을 불러 골프를 쳤다.
그런데, 캐디 비, 물 값, 저녁식사까지 다 계산했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하니 이 친구는 아냐! 오히려 내가 고맙지...., 야! 이 사람아! 내가 평생 이 자리에 있나? 그리고 내 돈쓰는 것도 아니잖아! 오히려 없는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와 준 자네들이 고맙지.
맞는 말이다. 더욱이 그 친구는 자기가 할 말보다는 주로 듣는 편이었는데, 그래! 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 무릎을 쳐가며 상대방 이야기를 아주 기분좋게 잘 들어 주는 친구이기도 하였다.
그래 바로 이것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그릇”이라는 것이구나! 그런 자리에 있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가끔 학교일로 또는 다른 일로 부대에 들어가 후배장교들을 만날 때 느끼는 떨떠름한 감회가 있다.
“보이는 것만 보고, 있는 그대로만 본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본질이라는 것이 있고, 겉에 보이는 것보다 빙산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크다는 사실과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려고 하는 노력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옛날 욕심 많은 부자가 자기 집 마당에 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가 아주 크게 잘 자라 넓은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잘 쉬어 가곤 했다. 그 꼴을 보다 못한 부자 노인은 그 그늘도 내 것이니 여기서 쉬어갈 수 없다면서 모두를 쫓아버렸다. 그것을 보다 못한 한 젊은이가 부자 노인에게 많은 돈을 줄 터이니 그 나무를 팔라 했고, 그 노인은 돈 욕심에 그 나무를 팔아 버렸다. 그리고 몇 일후 저녁무 렵, 그 젊은이가 다시 돌아 왔을 때 나무 그림자는 안방과 부엌, 그리고 그 집 모두를 그늘로 드리웠다.
이 그늘 진 곳은 모두 내 것이니 당신은 이곳을 비켜주시오......, 결국 그 노인은 그 집을 비워줘야 했다는 이야기다.
이 우화에서 젊은이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수있는 본질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다는 것이며,언젠가는 있는 것만 보려는 자는 본질을 보는 눈을가진 자에게 내 것 모두를 내 줄수도 있다는 이야기도된다.
법과 원칙도 중요하다. 더욱이 군이라는 특수 집단은 법과 질서가 무너지면 조직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지 본질은 될 수 없다.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기체계와 전술도 중요하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한 보이지 않는 정신력 또한 전쟁 승패의 관건이기도 하다.
목숨을 건 충성심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부하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법과 질서, 또 정의만으로 얻을 수 있다고 보는가?
내 나이 환갑이 되니 이제 세상이 조금은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먼저 주어야 한다. 상대가 마음을 주었을 때 또한 그 마음을 당연히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내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낮추어야 하며,내가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굽힐 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도와줄 수 있을 때 도와주고, 베풀 수 있을때 베풀 줄 아는 것이 큰 사람의 도량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의 뒤안길에“사랑과 배려”라는 것이있고, 그리고 그릇이라는 잣대가 있다. 이제야 베푸는자의 즐거움이라는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고, 그래서 삼람은 한번쯤은 뒤를 돌아보며 살아갈 필요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2009 해병대지]
TAG •

  1. No Image

    배려 - 강진식

    우연한 기회가 되어 우리 동네의 조그만 성당엘갔다. 그날따라 외부 초빙 신부님의 강론이 있던 날이다. 키도 작고, 짧게 깎은 흰 머리가 꽤 인상적이었다. “이 성당 강 신부님은 몇 분 동안 강론을 하시지요?...10분...
    Date2010.05.31 Views299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