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과대가 울력으로 만들어낸 '해병대길'. (사진/이유명호)
엊그제 해병대길을 걸었다.
중문 하이야트 호텔 산책로 아래 '존모살 해수욕장'에서
열리 하수처리장까지 난 절벽길이 바로 이름하여 '해병대길'이다.
물론 제주올레에서 명명한 길이름일 뿐, 정식명칭은 아니다.
이 절벽 해안길은 정말이지 환상이다.
왼쪽으로는 파도소리가 귓전에 생생하게 들리고
미풍은 목덜미를 간지럽힌다.
오른켠으로 눈을 돌리면 원사시대 동굴과
공작새 날개깃처럼 오묘한 형상을 한 동굴 '들렁귓궤'가
멋진 모습을 뽐낸다.
그러나 지난 몇 차례의 답사 때에는
풍경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800여미터밖에 안되는 이 길을 걷는 게 평지에서 2-3킬로미터
걷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갯바위가 워낙 들쑥날쑥한지라
자칫 하면 발을 헛디여 낙상하기 십상이어서(실제 여러 차례 굴렀지만)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며 걸을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지만 평화로움은 보장할 수 없는 이 길을 놓고
우리 올레지기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육지에서 온 올레꾼들이 과연 이 '굴탁굴탁한'(울퉁불퉁의 제주어) 이 길을
제대로 걸을 수 있을 것인가 걱정스러웠다.
그러던 중 구세주를 만난 것이다.
제주지역방어사령부 사령관님이 올레 번개 행사에 참가하셨다가
이렇게 멋진 올레를 위해 군이 뭐 도울 일은 없는가 말씀하시길래
나는 염치체면 불구하고 매달렸다.
이 해안길을 고르게 만드는 '평탄화작업'을 좀 해주십사고.
일주일여 전에 이 지역을 관할하는 93대대장님께 길을 직접 보여들리고
올레가 원하는 작업의 내용을 설명드렸더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노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귀신 잡는 해병'의 위력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70명의 해병대와 10명의 해군병력이 투입되어
사흘간 구슬땀을 흘린 끝에
드뎌 바윗길이 뚫렸다.
해병대길에서 바라보는 절벽의 모습(사진/손민호)
그제 그 길을 걸으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달디단 해풍을 폐부 깊숙히 들이마시면서
난 스스로에게 외쳤다.
"그래, 간절한 소망은 반드시 이루어지는구나!"
이 길이 열려 행복해지는 건 올레꾼만이 아니다.
어제 중문해수욕장 입구 색달 해녀의 집에 들렀더니
해녀대장(85세나 된 카리스마 엄청난 분이다) 할머니가
"어이구, 그 길 만든댄허난 긴가민가 해신디, 진짜 만들어서라.
이젠 우리 해녀들 물질허레 갈 때 굴탁굴탁헌 길 댕기지 않해도 되난 잘도 조아라"
올레팀에게 치하를 하셨다.
그뿐인가. 시청에서는 최대한의 인력을 동원해서
해안가 쓰레기 대청소에 나섰다. 평소 관광객이 다니지 않는, 행정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한
무명의 포구가 다섯 개나 되니
바닷가에서 밀려들어온 쓰레기와 주민들이 마구 내다버린 생활 쓰레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심지어 바닷가 기정(절벽)에 방치된 텔레비전도 있었다.
'쓰레기와의 전쟁'에는 예비군까지 동원되었다.
명실상부한 민관군 합동작전이 수행된 것이었다.
자, 이제 여러분들은
수많은 이들의 정성이 깃든 그 길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쓰레기를 줍는 것보다 버리지 않는 건 훨씬 쉬운 일이지 않은가?
나, 이제 몸단장을 다 마친 신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당신들을 기다린다.
그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길을
걷고 싶지 않은가!!!!!!!!!!!!!!
자료출처 : 명숙 상회 http://blog.ohmynews.com/noalchol/212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