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시는 새』를 읽고
전명관 상병 해병대 2사단 상승여단
‘나는 지금 무얼 하는 걸까.’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해병대교육훈련단 1주 차 때 제식 교육을 받던 중 ‘지금 이렇게 발맞춰 걷는 게 실제 전쟁에서 무슨 소용일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영도 작가의 ‘피를 마시는 새’를 읽고 의문은 말끔히 해결됐다. 책 속의 등장 인물들은 각자 이야기와 사상이 있다. 그중 나는 ‘니어엘 헨로’라는 인물에 주목했다. 니어엘 헨로는 현실 세계로 치면 중대장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녀는 전쟁 준비에 한창인 제국군에 합류하기 전, 중대원들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린다.
“내가 가라면 가고 멈추라면 멈춰라”
중대원들은 그녀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다. 이후 제국군에 합류한 니어엘은 열병을 준비하며 중대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이 한 것이라곤 그저 내가 시키는 것만 하는 따분한 임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고 진정한 군인이다. 가라면 가고 멈추라면 멈추는 것조차 못하는 인간은 아무리 전투에 능해도 군인은 될 수 없다. 사열 또한 그렇다. 당장 옆에 있는 전우와 발도 못 맞추는 인간이 어떻게 전장에서 발맞춰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겠나? 자신의 모습에 긍지를 가져라.”
그녀는 중대원들에게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군인의 가장 기본자세를 상기시킨 것이다.
군인이란 무릇 총을 잘 쏘고 신체가 강인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부대원들과 한 몸이 돼 자신이 맡은 임무에 충실할 수 없으면 작전을 수행할 수 없고 군인이 될 수 없다. 당장 사열식에서조차 한 몸이 돼 움직이지 못하는 군인이 어떻게 총탄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까? 당연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사실을 니어엘은 행동으로서 증명했다.
우리는 군인이다. 적어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1년 6개월 동안은 군복을 입고 국방의 최전선에서 나라를 수호하는 군인이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 부대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생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기본 되는 임무조차 수행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의무를 다할 수 없다.
그녀의 가르침에 나는 지금까지 보내왔고 또 앞으로 보내게 될 군 생활을 돌아보았다. 내게 남은 10개월이라는 짧지만 긴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국방의 임무가 내려진 이상,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나는 군 기본자세를 투철히 확립해 내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 해병대에도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기본에 충실하고 초심을 잊지 않는 자세가 앞으로 모든 날을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국방일보 진중문고플러스 2021.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