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 오규철
작년 7월 태양이 한창 뜨겁던 그때 나는 부대의 얼굴인 위병소에서 근무를 시작하였다.
비록 적지를 응시하며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생하는 해안경계부대의 전우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할지라도 대한민국 군인, 해병대가 있는 곳은 그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그들 못지않은 마음가짐으로 위병소 근무에 임하였다.
입대 전 부대 앞을 지날 때면 부대 정문에서 볼 수 있었던 위병소 근무자들처럼 이젠‘내가 그 자리에 선다.’라고 생각을 하니 근무배치 전부터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설레었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대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을 처음 맞이하는 곳이기에 민간인들에게는 생소한 보안규정과 출입절차를 설명해야 하고, 그로 인해 잦은 마찰도 피할 수 없었고, 간혹 부대 출입하는 간부님들에게 쓴 소리도 듣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수고한다.”라는 말과 웃음으로 답례해주는 부대 방문자들이 있기에 힘들고 짜증스럽던 일들은 웃음과 함께사라진다.
쉽지만은 않은 경계근무이지만 나는 15개월이 지난 오늘아침에도 기상과 함께 오늘의 근무시간을 기다리게 된
다. 기다림의 이유 중 하나는 부대가 철새도래지로 선정되어 있는 천마산에 위치한 덕분에 해질 무렵이면 노을과 어우러진 철새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되돌아보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평소 생활관에서는 쉽게 다가서기어려웠던 선·후임들과 마음을 터놓고 친구, 형제와 대화하
듯 깊고도 정겨운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마음에 담아두고 하지 못했던 말이나 서로의 고민거리를 나누고 있노라면 그 동안 서운했던 것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서로간의 전우애는 더욱 두터워지게된다. 올 후반기부터 상부의 명에 의거 공포탄이 아닌 실탄을 지급받아 경계근무에 임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근무 진입할 때면 제일 처음 무기사용 시기에 대해 되뇌어 보게 되었다.‘ 내가 갖고 있는 실탄은 나와 내 전우 그리고 내 부대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하지 행여나 나와 내 전우의 목숨을 앗아갈 수는 없다.’라고 다짐에 또 다짐을 하게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걱정이 하나 있다. 내륙부대 위병소 근무가 뭐 그리 대단하기에 이런 글을 쓰느냐는 이들도
있을 테지만, 나는 위병소 근무를 서는 내가 자랑스럽고 멋지다고 믿는다. 나는 오늘도 위병소에서 부대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웃음과 함께 외친다.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십시오.”“오늘 하루 고생하셨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위병소에서 부대의 얼굴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장병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