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여단 준위 최강식
충성! 신고합니다. 하사관 후보생 ○○○외 ○○○명은 해병대하사관 후보생 입대를 명받았습니다. 충성!
30여년 전, 그 날은 나뿐만 아니라 해병대가 좋아서 입대한 동기생 모두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날이다. 기름기 없는 손등을 거칠게 하는 진해바다의 찬 바람,보기만 해도 긴장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천자봉의‘해병혼’글자, 바로 눈앞에 서슬 퍼런구대장의 구령소리와 각진 팔각모 그늘 아래 빛나는 눈동자를 의식하면서, 잔뜩 겁먹은 얼굴로 나의 해병대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애띤 동안(童顔)의 20대 초반의 청년은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어설프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병대 생활을 배워 왔다. 그런 20대 청년이“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지금은 얼굴에 인생의 계급장을 주렁주렁 달고 선배 해병이 되어 여유롭고 성숙한 모습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이 자리에 섰다. 나의 지난 해병대 생활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동안(童顔)의 20대의 해병대생활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무리하고 마침표를 찍는다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힘차게 달려왔던 나에게 이 자리는 자신을 마무리 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결단하고 자리매김하는 자리이다. 33년의 해병대의 생활을 한건의 안전사고와 불협화음 없이 명예스럽고 감격스럽게 마무리 한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한다. 나의 성실과 노력 때문이라 생각하기에는 너무 교만하고 얄팍한 생각이 든다. 일일이 거론 할 수 없지만, 늘 긴장감이 감도는 전ㆍ 후방 이곳저곳의 생활, 준사관의 신분으로 임용 될 때까지 결코 쉽지 않는 과정과 절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보직을 통하여 천금으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과 삶의 지혜,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 등은 또 다른 나를 태어나게 하고 재충전하고 회복하는데 충분했다고 본다.
두 번째, 만남의 축복이다. 상관, 선배, 후배, 그리고 내 곁에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족하고 실수가 많지만, 기다려 주고 인내하고, 가르쳐 주었던 인생의 스승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인생은 거친 풍랑이 이는 험준한 바다를 항해하는 자와 같다고 했다. 이곳까지 올 수 있도록‘등대 빛’이 되어준 주위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때문에 오늘 이 자리는 내가 주인이 아니라 나를 이곳까지 이끌어준 해병대와 만남의 축복이 있었던 분들이 주인공이다. 뿐만 아니라 도움을 받았던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뜻이 있어 조기 전역을 한다. 전역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미래역사학자 피터 드래커는 말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쉽게 늙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그의 주장은 주변의 환경과 여건에 대하여 적당히 타협하지 않게 하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때문에 전역은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디딤돌이다. 새로운 시작이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지금 내가 도전하는 길은 애띤 20대에 도전했던 해병대의 생활과 비견할 만하다. 때문에 미지에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이 나를 힘들게 할지도 모르겠지만, 언제나 초심의 마음, 임전무퇴의 해병정신으로 무장한다면 나를 향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대해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곳까지 함께하고 인도해주신 하나님과 해병대가 나를 지켜 볼 것이다.
33년의 해병대 생활, 그 자체가 나의 명예, 영광, 승리, 인생의 대차대조표이다. 지난 삶의 발자국은 또 다른 나를 새롭게 만들고 도전을 주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긴장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조금 후에 신고에 임할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필승! 신고합니다. 준위 최강식은 ○년 ○월 ○일부로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필승!
해병대 그 이름 영원하리 - 2007년 10월 31일 국방일보 기고글
영국의 정치가이자 문인인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이름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위대한 이름을 기억하고 위대한 모범을 계승하는 것은 영웅의 유산이다.” 필자가 포항에서 근무할 때, 모 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부대의 표어가 필자의 눈길을 멈추게 했다. “이름 값을 하자!” 그 표어 안에는 지휘관의 지휘철학인 혼과 정신이 담겨져 있었다.
이름은 단순히 부르기 좋고,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름 안에는 그 사람의 혼과 정신, 그리고 정체성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름 안에는 자존심과 명예심, 가치가 있다. 우리 선인들은 지혜롭게도 이름이라는 주제를 사용해 격언을 만들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필자의 인생은 해병대와 함께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참으로 변한 이름이 많다. 20대의 청년이 50대 중년으로, 어머니의 아들이 시집 간 딸 아이 덕분에 이제는 누구누구의 할아버지 이름으로, 동안이 주름살이 깊게 파인 얼굴로, 해병이 이제는 노병으로 이름이 변했다. 변한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지면으로 소개하기 어렵지만 필자의 인생은 이름과 함께 희로애락을 겪었다.
빨간 명찰은 바로 달지 않는다. 소정의 교육기간이 끝난 다음 행사를 통해 명찰을 가슴에 단다.나름대로 깊은 의미와 산 교훈을 심어 주기 위한 유익한 제도다. 오래전 하사관학교 입교 시 교관님의 훈시가 지금도 생생하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진짜 빨간 명찰의 사나이들이다. 빨간 명찰의 상징은 피와 땀과 눈물이다. 우리 해병대의 전통이 명찰에 있다.
선배들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무엇보다 해병대의 이름에 먹칠하지 마라 !” 세월의 간격이 있지만 지금도 교관님의 훈시를 잊지 않고 있다. 긴장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힘을 준 것은 이름에 대한 자존심과 명예심 때문이다. “이름을 지키는 것은, 좁게는 나 자신에게 진실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요, 넓게는 나라와 해병대에 충성하는 지름길이다” 라고 정리하고 싶다.
빨간 명찰의 이름을 지키고 온 세월이 34년이 됐다. 달이 차면 기운다. 이달에 명예스럽게 전역한다. 언제나 필자의 자존심과 명예심을 고취한 빨간 명찰과 함께 말이다. 빨간 명찰은 필자의 가슴속에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명찰에 필자의 정체성과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빨간 명찰의 후배들에게 권면하고 싶다. 해병대는 하나님이 사랑하고 지켜온 국민의 군대다.
해병대는 고난 속에서 국민과 함께했다. 이 땅에 발 딛고 있는 국민들의 해병대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그것을 웅변해 준다. “국민과 함께! 해병대와 함께 !” 라는 표어 속에 해병대의 나아갈 방향이 있다. 지휘관을 중심으로 하나 되어 국민과 역사 앞에 영광을 돌리고, 빨간 명찰의 값진 이름을 더욱 빛냈으면 한다. 필자의 세대가 하지 못한 소중한 일들을 후배들이 감당하기 바란다. 필자는 기도할 것이다.
The few, the pride, the Marine! 필승!
이분 기수가 대충 하후 130기 정도 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