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환 중령 해병대항공단 1항공대대
1973년 해병대사령부 해체와 함께 명맥만 유지됐던 해병대 항공부대가 오늘(12월 1일) 48년 만에 해병대항공단으로 창설된다.
2016년 1월 지은구(대령) 해병대항공단장, 임무 수행 중 순직한 고(故) 김정일 대령과 함께 해군에서 해병대 항공병과로 전과한 내겐 무척 뜻깊은 순간이다. 15년의 군 생활을 돌이켜 보면 해병대 항공병과의 일원이 된 것은 운명과도 같았다. 해군 항공장교로 해병대 사단 항공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선배님들은(해군 회전익 과정 1기) 해병대에서 전과하신 분들이었다. 선배님들께 해병대 항공부대의 역사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해병대 항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베트남전 당시 해병대 항공부대의 활약상과 O-1기의 임무 수행 흑백 사진은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해병대 항공병과 지원에 망설임은 없었다. 2015년 해군 비행교육대에서 후배 조종사들을 양성하던 중, 해병대 항공병과 인원 모집 소식을 듣고 곧바로 지원서를 썼다. 해병대 항공병과의 일원이 된 후, 내 군 생활은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1호기 수락과 해병대2사단 김포파견대 창설, 해병대1사단 항공대대 지휘관 등 의미 있는 임무를 수행했고,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때는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으로 국군통수권자를 모시는 ‘마린원’ 임무 부대장 역할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개인적으로는 임관 당시 내가 생각한 군 생활의 목표를 대부분 이룬 것 같다.
늘 기쁜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상륙기동헬기 인수식의 기쁨도 잠시, 그해 7월 너무나 가슴 아픈 사고가 일어났다. 해병대의 날개가 되고자 했던 고(故) 김정일 대령, 하늘을 사랑했던 고(故) 노동환 중령, 베테랑 항공정비사 고(故) 김진화 상사, 항공정비사가 꿈이었던 고(故) 김세영 중사, 불굴의 해병대정신이 빛나던 고(故) 박재우 병장을 떠나보내야 했다.
지휘관과 전우를 잃은 애통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하늘의 별이 된 전우들을 위해서라도 해병대항공단 창설을 향한 전진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제 해병대는 명실상부 공지기동해병대로서 고속상륙작전 및 주요도서 방위 임무 수행을 위한 능력이 한층 강화됐다. 2020년대 후반, 상륙공격헬기가 도입되면 해병대항공단은 미래 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국익을 수호하는 핵심, 첨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현재 지휘하고 있는 해병대항공단 1항공대대는 해병대1사단 항공대대를 모체로 1080일 무사고 비행을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도 선배들이 베트남 하늘을 누비며 쌓았던 명예와 전통을 계승하고, 공지기동해병대를 위해 헌신한 마린온 순직자들을 기억하며 해병대항공단이 찬란한 새 역사와 함께 하늘 높이 비상할 기틀을 다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 [국방일보 국방광장 2021.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