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 상병 해병대2사단 본부대대
삶을 살다 보면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경우가 있다. 우연한 기회에 결정한 선택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내게는 해병대와 사진이 그랬다.
나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지만 정체성과 꿈, 진로에 확신이 들지 않아 방황하던 중 코로나19 상황으로 당초 계획보다 일찍 입대했다. 이후 해병대교육훈련단에서 우연히 공보정훈병에 지원·선발돼 2사단 공보정훈실에서 사진병 임무를 수행 중이다. 나의 주요 임무는 부대 활동을 카메라에 담아 한 장의 역사로 남기고 활용하는 것이다.
사진병이라는 임무 특성상 다양한 병과,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촬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짧게 깎은 머리로 전입신고를 하는 신병, 임무를 앞두고 책임감·사명감으로 가득 찬 초임 간부 등 강렬한 눈빛과 진지한 태도의 해병대원들을 촬영할 때면 나도 초심으로 돌아간다. 또 차가운 바람 속에서 철통 같은 대비태세로 경계근무에 임하는 전우들, 소임을 다하고 전역신고를 하는 장병들을 카메라에 담을 때면 내 가슴은 뜨거운 전우애로 벅차오른다.
이처럼 나는 셔터 소리에 화답하는 전우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도 집게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는 내 행동의 결과물이 누군가의 인생에 크고 작은 일부분이 되고 해병대의 역사 속 한 장면이 돼 길이 남는다는 것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사진은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찰나를 기억하는 훌륭한 도구다. 아마도 내가 찍은 사진은 수많은 전우에게 단순한 사진 한 장을 넘어 해병대에서 경험한 값진 훈련과 전우를 기억하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을 것을 생각하면 뿌듯하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나는 입대 전 사진을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 항상 고민하던 진로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바로 내 인생을 사진이라는 분야에 모두 쏟아 나만의 세계를 열어가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전우들은 언젠가 사회로 돌아가 자신의 꿈을 펼칠 것이다. 군에서 맡은 일을 하면서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장차 인생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낸다면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자신이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군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역 후 펼쳐질 내 미래를 진지하게 설계해 보자.
나는 해병대에서 보낸 소중한 시간을 발판으로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최고의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지금 해병대 사진병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진정성 있게 수행하는 것은 그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라 믿는다. 오늘도 나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셔터를 누른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1. 12.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