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 상병 해병대2사단 군수대대
나는 지난해 3월 22일 해병대 1268기로 교육훈련단에 입소했다. 사실 나는 교육훈련을 받으면서도 해병대원에게 요구되는 ‘해병대다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런데 자대 배치 이후 간부님과 면담을 할 때면 꼭 ‘왜 해병대에 지원했는가’를 물었다. 나는 ‘해병대 정신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어진 ‘그렇다면 해병대 정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자대에 배치된 이후에도 해병대다움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나는 국제결혼을 하신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은 일본에서, 학창시절은 한국에서 보냈다.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나는 내 가족사가 다른 이들에게 드러나는 것을 싫어했다. 중학생 때 한 친구가 내게 “야! 일본인!”이라고 소리친 것이 큰 상처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살았던 날들이 더 많았기에 기분이 몹시 나빴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라는 정체성에 혼란이 생겼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한국과 일본을 모두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내가 생각한 것은 공부와 입대였다. 나는 완벽한 한국어 구사를 위해 정확한 한글 맞춤법을 사용하고자 노력했다. 또 한국 문학과 역사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해병대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한국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겠다고 결심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내 조국은 대한민국이며,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굳이 해병대였을까? 나는 입대 전 해병대가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에서 용맹·자부심으로 이뤄낸 ‘무적 해병’ 신화, 연평도 포격전에서 한치 망설임 없던 헌신에 큰 감동을 받았다. 더불어 국가적인 재해·재난이 발생할 때면 언제, 어디서나 가장 먼저 나서 현장으로 달려가는 ‘국민의 군’의 모습은 나도 해병대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움트게 했다.
지금 나는 어린 시절 꿈이었던 해병대원이 돼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해병대다움’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군 생활을 하면서 내가 해병대에서 전우들과 함께 국가·국민에 헌신하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해병대다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내게 주어진 훈련과 병영생활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어린 시절 내가 결심했던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무적 해병’ 신화를 만들어온 영웅들의 헌신을 받들고, ‘해병대다움’을 새겨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 0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