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영 준위 해병대6여단 군수지원대대 해병대교 육훈련단 박병규 하사 아버지
사랑하는 아들 병규야! 아버지가 백령도에 들어온 지 6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새벽녘, 우리 아들 생각이 깊어져 이렇게 편지를 남긴다. 먼저 오늘 393기 해병대 부사관으로 임관한 것을 축하한다.
과거에 너는 아버지처럼 멋있는 해병대원이 되겠다며 부사관 340기로 임관해 나와 똑같이 연평부대와 2사단에서 근무했었지. 둘째 역시 아버지와 형을 따라 연평도에서 해병대원으로 복무해 자랑스럽기만 했단다. 그렇게 우리 삼부자는 해병대라는 소속감 아래 가족이자 전우로 서로에게 자부심이고, 긍지였다.
그러나 2016년 4월, 뜻하지 않은 불행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지. 횡단보도를 건너던 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포항으로 달려가던 순간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정말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았단다. 사고 후 17일 만에 깨어난 네가 말했던 첫 마디 ‘사랑해요’가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너는 큰 사고를 딛고 강한 해병대 정신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군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 만한 건강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 처음 재활운동을 할 때는 혼자 걷는 것도 힘들어했던 것 기억나니? 어릴 적 네가 아장아장 걷던 때를 떠올리며, 초등학교 교정에서 너와 손잡고 뛰며 재활운동을 했었지. 부단한 노력과 안 되면 될 때까지 도전하는 해병대 정신으로 다시 일어난 네가 해병대 부사관에 재도전하겠다고 말했을 때는 걱정이 앞섰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자랑스러웠다.
조국의 평화와 가족의 평온을 위해 다시금 해병대 부사관으로 재입대한 우리 아들! 아버지가 선배로서 두 가지 당부를 전하고 싶다. 첫째, 아들은 해병대에 다시 입대한 이유를 아빠와 같은 군인으로서 명예롭게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 ‘명예’는 오랜 군 생활을 해온 아버지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가 힘든 단어다. 명예는 나 스스로 따지는 것이 아닌, 주변인들에 의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군인의 명예는 ‘신독(愼獨)’을 지킴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삼가며,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군 복무가 아닌 사명감으로 임해야 한다. 항상 전우들과의 단결 증진에 힘쓰고, 언제든 임무를 맡으면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과 자기개발에 노력하며,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둘째, 아버지가 지난 34년간 잊지 않고 실천하며 군 생활의 버팀목이 된 단어가 있다. 바로 ‘관심’이다. 관심이 있어야 주변인을 어루만져주고 보듬어 줄 수 있다. 누군가가 슬프고, 힘들고, 외롭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 그 상황을 이겨낼 힘을 전해줄 수 있다. 네가 ‘관심’을 잊지 않고 실행하는 멋있는 부사관이 되길 기원한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 0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