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해병대사령부 정보참모처 대령
나는 어린 시절 젓가락질이 손에 익을 때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젓가락질이 어렵다 보니 숟가락으로 반찬을 떠먹다가 어머니께 혼이 난 적도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나처럼 어린 시절 젓가락질이 서툴렀던 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젓가락질이 서툰 어린아이들은 포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결국 나이가 들면서 젓가락질을 터득하고 사용하게 된다. 젓가락과 포크는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대체할 수 없는 정교함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해병대가 정보병과를 신설하게 된 배경도 위와 같다. 해병대는 한때 보병, 포병, 기갑 등 전투병과 장교가 정보장교로 보직돼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포크를 젓가락으로 대신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를 인식했기에 오랜 기간 정보병과를 신설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해병대는 지난 2009년 보병에서 정보특기가 분과된 것을 시작으로 2018년에 ‘정보병과 신설 전담조직(TF)’을 구성해 구조 및 편성, 장비, 교육훈련 분야들을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미래 전장환경에서 해병대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연구를 거듭해왔다. 정보자산을 어떻게 확보하고 운영할 것이며, 소수의 정원 내에서 전문위탁교육과 정원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해병대 정보병과의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 지속 노력한 결과 마침내 2020년 2월 4일 부로 해병대 정보병과가 탄생했다.
이후 해병대 정보병과는 분야별 체계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실시간 전장 가시화를 구현할 수 있는 더욱 강화된 정보역량을 갖춰 오늘에 이르렀다.
나는 2년 전 해병대 정보병과 신설식에서 “오늘 이 순간이 해병대 역사 속에서 꼭 필요했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오는 2월 4일 병과 신설 2주년을 맞아 병과장으로서 병과 신설의 각오와 의미, 임무 수행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지고자 한다. 우리 해병대가 어려운 정원 여건 속에서도, 정보병과를 신설하게 된 것은 그만큼 정보의 중요성과 필요성, 특히 젓가락과 포크의 차이처럼 대체할 수 없는 차이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보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전장환경에서 전우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작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핵심 분야임은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를 비롯한 해병대 정보병과 구성원 모두는 ‘대체 불가’라는 자부심과 함께 부여된 임무와 역할의 막중함을 인식해, 독자적인 정보능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국방일보 국방광장 2022. 02. 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