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진 원사 해병대2사단
지난 주말, 너무나도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암 투병 중이던 윤지환 상사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지휘관께 보고를 드리고 그가 입원해 있던 병원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그와 함께했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와 윤 상사는 십수 년 전 해병대에서 힘들기로 유명한 수색대대 훈련을 함께 받았다. 당시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훈련에 임하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시간이 흘러 해병대2사단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변하지 않은 밝은 얼굴로 소대원들과 즐겁게 임무를 수행하던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는 걸 알게 된 건 지난 2020년 9월이었다. 평소 소화불량으로만 알고 있었던 복통이 검사 결과 췌장암 4기로 판정받은 것이다. 그때부터 혹독한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그에게 달려가 치료가 잘 되려면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휴직을 권했다. 하지만 윤지환 상사는 내게 ‘20살에 군에 입문해 명예라는 해병대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살아왔는데, 그 명예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며 임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고민했다. 사단 주임원사로서, 그리고 선배로서, 진정으로 그를 위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윤 상사에게 해병대란 삶 그 자체였다. 그는 임무라는 두 글자 속에 담긴 책임의 무게를 이해하고 명예롭게 받아들이는 진정한 군인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가 삶에 대한 의지와 병을 이겨내 전우들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는 희망을 이어가도록 지휘관께 건의 드렸다. 부대로 복귀한 그는 평소대로 임무를 착실히 수행했다. 고속단정(RIB) 소대장 직책으로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하기에 해군과도 임무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군과 해병대는 원팀(One-Team)으로 협력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항상 정직한 자세로 사람들을 대하는 그에게 해군과 해병대 선·후배 모두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그의 병세는 날로 악화됐다. 이제는 정말 임무를 지속하는 게 무리라고 판단한 나는 지휘관께 상황을 보고드렸다. 윤 상사에게도 가족과 함께 지내며 안정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강원도의 한 호스피스 병동으로 거처를 옮겨 가족과 시간을 보냈지만 마지막 순간은 자신이 임무를 수행했고, 전우들이 있는 강화도에서 맞이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과거 선배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처럼 후배들을 위해 나도 내 몫을 해내고 싶었는데…’라고 전한 말이 뇌리를 맴돈다.
윤 상사는 병마의 고통을 이겨내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며 후배들에게 영원한 해병으로 남았다. 우리 2사단 해병대원들은 각자 역할에서 혼신을 다해 그의 몫까지 전투력 발전에 힘을 쏟을 것을 다짐한다. 하늘의 별이 된 윤 상사의 명복을 빈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