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상 병장 해병대1사단 본부대대
‘분리파견.’ 내 이름과 계급 앞에 낯선 네 글자가 붙었다. 그리고 나는 정들었던 부대를 뒤로하고 이등병 시절처럼 조금은 긴장한 상태로 낯선 부대와 낯선 사람에게 인사를 해야 했다.
분리파견이란 부대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을 어기고 누군가를 힘들게 한 이유로 다른 부대로 소속이 변경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나는 일병 시절 후임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고, 나로 인해 후임이 고충을 겪고 있어 분리파견 조치됐다. 분리파견 처분을 받았던 순간 솔직히 나는 당황스러웠고 억울했다. ‘아니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나는 한동안 분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다.
하지만 중대 행정관님께서 “네가 그런 행동을 했어? 안 했어?”라고 단호하게 물어보시던 그 순간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늦은 후회와 반성이 밀려왔다.
나는 짐을 꾸려서 새로운 부대에 도착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새로운 부대로 분리파견 됐던 그 날 나를 경계하던 눈빛들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분리파견자인 나를 받아 준 새로운 부대의 동료들도 내가 반갑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경계하는 눈빛과 반갑지 않은 표정에 나는 상처받았고 한동안은 새로운 부대에 적응하지 못했고 마음이 삐딱하고 어둡게 꼬이기 시작했다.
‘이 부대에는 내 편이 한 명도 없어’ ‘모두 나를 피하고 싫어해!’ 나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려 노력했다. ‘도대체 나는 어디서부터 꼬여버렸을까?’
이전 부대에서의 행동을 하나하나 떠올려봤다. 내 잘못을 마주하는 일이 그렇게 아픈 일이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수십 번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마음에 꼬여있던 실타래가 하나, 둘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달라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잘못한 일이고 내가 그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만나는 후임들에게 어떤 선임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말을 건네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뚜렷해졌다. 그리고 열심히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부대에서 1년 정도 시간이 지났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나를 경계하는 눈빛 대신 환하게 웃어주는 미소가 더 많아졌다.
물론 인정과 반성으로 지난 시간 내가 후임을 힘들게 만들었던 상황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후임의 마음이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통해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나는 곧 전역을 한다. 내 잘못을 인정한다. 혹시라도 나와 같은 실수로 비슷한 상황을 지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행동들을 마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하면 감사하게도 반성을 할 수 있게 된다. 내가 힘들게 했던 상대방에게도, 누구보다 나를 믿었던 내 자신에게도 말이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