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예진 하사 해병대교육훈련단
나는 여주대 학군부사관 6기로 강한 해병대 입영훈련을 통해 지난 25일 해병대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우리 여주대 학군부사관 6기는 동·하계방학 때마다 총 4번에 걸쳐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강인한 해병대 훈련을 받으며 해병대 미래 간부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역량을 쌓아갔다.
특히 혹독했던 극기주 훈련을 잊을 수 없다.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았던 극기주 훈련의 꽃, 천자봉 정복훈련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출발했던 행군에서 나는 동기들과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며 천자봉 정상으로 향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완전군장의 무게에 당장이라도 멈춰버릴 것 같았던 나는 천자봉 정상에서 70년이 넘도록 이어온 선배 해병들의 기운과 정신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해병대 정신을 되뇌며 스스로에게 ‘해병대는 어떤 군인인지’, ‘해병대 간부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하게 됐다.
천자봉 정복 후 빨간 명찰을 받기 위해 부대로 복귀하면서 ‘해병대 미래는 이곳에서 시작된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부대 정문에서 교육훈련단장님을 비롯한 선배 해병들의 축하 박수를 받으며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보이지 않는 끈이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해병대라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만큼, 앞으로의 군 생활 동안 지금의 감격과 희열을 잃지 않고 누구보다 성실한 간부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나는 아무도 모르게 성장했다. 그저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했던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학기 중에는 대학생의 신분으로 선·후배들과 학교 생활에 집중하고 방학 중에는 후보생의 신분으로 군사훈련을 받았던 지난 2년은 나에게 있어서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 후보생과 대학생, 두 개의 신분이 주는 무게감에 평소에도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됐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그만큼 나에게, 그리고 부사관학군단 6기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고,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과정 중 하나였다. 지난 시간 동안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정신없었지만, 해병대 부사관이 되기 위한 목표 하나와 열정으로 여기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이제 우리는 해병대 부사관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살 떨리는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 속에서 분명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 옆에 함께 해주는 동기들과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학군단장님, 훈육관님을 포함한 많은 해병대 선배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하사라는 계급장을 어깨에 달 수 있게 됐다. 나 또한 후배들에게 배움과 열정을 줄 수 있는 해병대 부사관으로서 나의 인생 계단을, 그리고 앞으로의 군 생활을 차근차근 채워나가겠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 02. 27>